주유는 과거 남군(南郡)을 공격하다가 독화살에 맞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제갈량이 갖가지 계략을 써 남군과 형주, 양양 등을 선점하자 너무 화를 낸 나머지 그만 화살에 맞은 그 상처가 터져 재발했다. 반나절이나 정신을 잃었던 그는 다시 깨어나자마자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 “내가 제갈량 이 촌놈을 죽이지 않으면 이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화를 어찌 잠재울 수 있으랴!” 얼마 후, 제갈량이 계략을 써서 다시 한 번 주유를 물리쳤다. 안 그래도 제갈량에 대한 원한으로 이를 갈던 주유는 이 일로 또 큰 충격을 받았다. 재발한 후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상처가 다시 터지자 주유는 또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한 가지 계략이 실패하면 또 다른 계략으로 계속해서 도전했다. 그가 최후에 쓴 계략은 ‘서천(西川)을 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형주를 취하는 계략’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략 역시 제갈량의 눈은 속일 수 없었고, 주유는 또 실패하고 말았다. 게다가 하마터면 제갈량에게 붙잡힐 뻔 했다. 주유는 마지막 남아 있던 자존심마저 다 구겨져 버렸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과 강동의 부형들을 다시 뵐 면목이 없고, 또 그렇게 할 용기도 없었다. 가슴은 분노로 터질 것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에 말 위에서 큰 소리로 부르짖던 주유는 상처가 다시 터져 혼절한 채 말 등에서 굴러 떨어져 버렸다. 그가 정신을 차린 지 여러 날이 되었는데도 병세는 점점 더 심각해지기만 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을 하며 외쳤다. “주유를 낳으셨으면서 어찌 제갈량을 또 낳으셨습니까!” 그렇게 몇 번 고함을 치더니 곧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