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가 적색과 녹색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재능이다. 당분과 영양분이 풍부한 열매는 익으면서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하거나 불그스레한 색을 띤다. 무르익은 열매의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곧 열매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포유류 중 유일하게 색깔을 구별할 줄 아는 인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오래 전부터 꽃의 선명한 색깔 역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꽃은 완전한 대칭 형태를 갖고 있는데 이를 사람들은 건강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더욱 호감을 갖게 되었다. 안정된 대칭형이라는 것은 그 꽃이 젊고 싱싱하며 또 올바른 형태로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활 속에서도 대칭은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류의 삶에는 불규칙성이 없어야 하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아야 안정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중에 방해를 받은 사람은 결함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방해요인이 발생하면 사람은 병에 걸린다. -왜 우리는 꽃을 좋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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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털 대신 사람의 피부에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땀구멍이 나 있다. 우리가 땀을 흘리면 땀구멍에서는 차가운 수분을 내보내 체내의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열-탈취 작용을 한다. 인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땀을 잘 흘리기 때문이다. 땀 흘리는 기능은 모든 포유류 중에서도 인류가 가장 뛰어나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필연적인 결과가 생긴다. 인류는 곧 ‘노동의 동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털이 없어진 이유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유인원과 사람의 차이 중 하나가 ‘똑바로 걷고 달릴 수 있는가’에 있다. 사람은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유인원은 똑바로 달리지 못한다. 유인원은 안쪽으로 발가락이 굽었기 때문에 당당히 걷지 못하고 이동하는 모습이 어설프다. 짧은 거리라면 네 발로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동작이 전혀 우아하지 않다. 반면에 사람이 걷고 달리는 자세는 유인원과는 완전히 다르며 확실히 더 진보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보는 인류의 벌거벗은 몸과 관련이 있다. - 왜 사람은 머리에만 털이 났을까?
그는 진화의 과정이나 생태계의 상호작용 같은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독일어권에서는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자연과학자이다. 그가 제기하는 질문 뒤에는 언제나 추리소설처럼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이 담겨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라이히홀프는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로서의 진화를 파악하기 위해 시야를 확대한 진정한 의미의 ‘자연주의자’이다. 미하엘 미에르시Michael Miersch, 독일 <포쿠스FOCUS> 연구, 기술, 의학 분과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