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상명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MBC 시트콤 「논스톱」 막내작가로 데뷔한 이후, 영화 「묻지마 패밀리」「화성으로 간 사나이」 각본,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천국보다 낯선」 등의 극본을 썼다.
저자 : 박이정
콘텐츠 창작 공동체. 로맨스에서 판타지, 무협, 스릴러, 만화 스토리, 게임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작가진의 스펙트럼이 폭넓다. 다양한 매체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만큼, 각 매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원소스멀티유즈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기. 영화 「쩨쩨한 로맨스」, 「블라인드」, 「써니」 등을 소설화했다.
유치원에 들어가던 날. 아빠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해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사주셨다.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다니며 도로시가 신었고,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신었던 그 구두, 메리제인. 루비처럼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에 조그만 발을 넣고, 가느다란 스트랩을 발등 위로 당겨 달칵 채우는 순간 지안은 난생 처음 영혼의 울림을 경험했다. 두근거리며 한 걸음을 뗄 때미다 지안은 마법이 펼쳐지는 소리를 들었다. 지안이 또각,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행복이 또각, 한 발짝씩 다가오는 마법의 소리를. ---p.10
모든 디자인은 스케치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지는 오색 빛깔의 라이프! 센스 있는 여자라면 당연히 스스로의 인생을 디자인하고 채색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이 일류 명품 브랜드가 되느냐, 길거리 좌판에 깔린 이미테이션이 되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당신의 인생이다. 누군가에게 희생당해도, 누군가와 나누어도 안 되는 오직 당신만의 것. 내겐 그것이 구두였고, 패션이었다. ---p.65
“왜 하필 구두예요? 왜 하필 제일 밑바닥에 있는 거냐구요?” “너,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준다는 말, 들어봤어? 처음엔 그저 예쁜 구두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인 줄 알았어. 근데 아니야. 구두는 마법을 걸어주거든. 내가 용감해질 수 있도록, 내가 최고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거야. 거기가 제일 좋으니까.” ---p.247
그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가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으리라. 여전히 무섭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아주 조금 궁금해졌다. 지안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스케치북에 큼직하게 ‘궁금하다’ 네 글자를 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