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로서의 위상 이외에도 촘스키는 계몽주의 전통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언어뿐만 아니라 창조적 개인 및 사회 안에서 인간 자유의 속성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통찰력은 그가 저술한 수많은 책과 논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1996)" "불량국가(2001)" "숙명의 트라이앵글(2001)" "패권인가 생존인가(2004)"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2005)"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2005)" 등의 수많은 저서는 이런 통찰력을 반영하는 것이며 대부분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군사 경제정책, 전 세계의 인권문제, 지식인에 대한 비판, 시민운동과 그에 대한 비전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촘스키가 일구어 낸 확실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어학적 연구 작업은 갈수록 많은 사람들의 비판 혹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pp.4~5
촘스키는 어린아이들의 언어 습득과정을 설명하면서 “모국어 화자로서의 어린이는 어떻게 이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문장을 생성해내고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선천적 언어습득 능력이나 본유적 관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촘스키는 언어 습득에 관하여 경험론적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인간의 언어구조를 지배하는 보편원리의 선천적 지식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본다. 보편원리는 이른바 정신의 일부로 두뇌 작용의 구조나 양식에 나타나 있으며, 데카르트의 ‘본유관념(Innate idea)’이나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합리주의 전통과 맞물릴 수 있다. 여기에 촘스키가 언어학의 지평을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지성사의 또 다른 영역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pp.30~31
촘스키는 인간의 자유문제와 언어문제 간의 유사성이 없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언어문제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바벨탑 문제와 같이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 결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언어?문화적 획일성을 강요함으로써가 아니라 사람들이 전쟁을 하고 고통스럽게 사는 이유, 권력이 조장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인간 사회 내에 존재하는 분열을 제거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촘스키는 자신의 언어적 관점을 모든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것, 즉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자질로 규정한다. 그런 특성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런 특성을 통해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뭔가 특별한 능력을 보여준다. ---p.62
촘스키에게 언어이론을 떠난 정치비평은 지식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그가 정치에 대해 비판하는 글은 있는 사실, 보여 지는 사실에 대해 단순히 언급하는 일에 불과하다. 언어학은 물론 다른 학문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촘스키의 주장이다.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양식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