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이 무모하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과감한 회계 관행, 값이 폭등한 주식을 현금처럼 사용하는 기술 등은 때때로 투자자들의 재산을 위험에 빠뜨렸다. 결국 주가가 다시 상승하여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는 했지만 말이다. 소비자 서비스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물론 스스로 고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AOL은 무모한 도전, 과감한 결정, 무조건 전진과 혁신 등을 총동원했다.
AOL은 온라인 게임 회사였나? 그랬다, 그 산업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AOL은 컴퓨터 제조업체를 통한 온라인 서비스 납품 업체였나? 물론 그랬다. 하지만 썩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한몫 챙겨 나가기를 거부하고 부유하고 유명한 경쟁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각축전을 벌이기를 더 좋아했나? 그랬다, 조금 바보스럽게 보이기는 했지만, AOL은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던 시점에 독자적인 소비자 온라인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멍청한 일이었다. 요금을 떨어뜨리고는 급증하는 사용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모두를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 더 멍청한 일이었다.
'AOL은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스티브 케이스의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AOL은 살아남기 위해, 오래 전에 얻은 별명 바퀴벌레에 걸맞는 생명력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도 변신했다. AOL은 전혀 다른 회사가 되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정말로 이 회사는 온라인 세계의 선두에 서기 위해 엄청난 변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랜 생명력을 과시하기 위해 거리낌없이 변화할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언젠가 먼 미래에 AOL은 사이버 공간 개척사의 한 선구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때도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을 것인가? 분석가들의 의견은 파산과 뒤이은 완벽한 파멸로부터 더 큰 미디어 기업에 의한 인수 합병, 그리고 사이버 공간의 가장 중요한 주자로 부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결과야 어떻든 간에 AOL은 자신의 장정을 계속할 것이다. 아마도 비판에 들어가기 전에 가능한 미래의 판도를 짚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pp.389-390
제임스 킴지는 투표를 제안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투뵤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전에는 늘 아무 문제없이 합의가 이루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견 대립이 첨예했다. --- 중략 ---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제임스 킴지의 친구인 짐 안드레스 뿐이었다. --- 중략 --- '그는 좀 짜증스런 인물이었고 이사회 출석률도 낮았지요 우린 모두 그가 제임스 킴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당연히 매각에 찬성할 거라고 보았죠.' 매각 반대파의 한 임원이 말했다. 제임스 킴지 역시 그랬다. 표결에서는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곧 짐 안드레스는 온 방 안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사려고 한다면, 우리는 혼자 힘으로도 정말로 대단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표결은 끝났다. AOL은 마이코로소프트와, 아니 다른 어떤 회사와도 매각 협상을 벌이진 않을 것이다.
--- p.112-113
전부 다 끝장난 것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었다. 그 업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1993년 5월 11일에 말한 것이 정말이었다면 말이다. '난 자네 회사 지분 20%를 살 수도, 아니면 회사 전체를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어.' 빌 게이츠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분노나 빈정거림같은 것은 전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소프트 업계 굴지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중 한 명인 그는 말하면서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두 손은 가볍게 깍지 낀 채였다.
---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