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한 일은 두번 하고 싶은 법이며, 두 번 시도한 일은 세 번 시도하고 싶은 것은 인간에게만 한정된 호기심이 아니다. 고양이라 하더라도 이 심리적 특권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한다. 세 번 이상 되풀이할 때, 비로소 '습관'이라는 어휘를 씌워, 이 행위가 생활상의 필요로 진화하는 것 역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 p.161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궁리해서 좋은 꾀가 나오지 않을 때면, 그런 일은 생길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는 게 제일 안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또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우선 세간을 바라보란 말이다. 이제 데려온 새색시도 오늘 죽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는냐? 그러나 신랑님은 꽃같은 내 색시 천세 만세 만만세하고, 달콤한 소리들만 늘어놓고 , 걱정스런 얼굴조차 하지 않잖는가. 걱정하지 않는 건, 걱정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걱정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무릇 연애는 우주적인 활력이다. 위로는 하늘에 계신 주피터로부터 아래로는 땅속에서 우는 지렁이, 땅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이 사랑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이 만물의 습속인지라, 우리 고양이들이 어스름이 좋아라고 불온한 풍류 기분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야기다.
(...)
그렇게 때문에 천금 같은 봄밤을 마음도 들떠서 만천하의 암코양이 수코양이가 미쳐서 돌아치는 것을 번뇌의 미몽이라고 경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어찌하랴, 유혹을 받아도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하는 수가 없다.
--- p.196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들이 어떻게 비평되고, 그 인간들과 세상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또한 그러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때로는 고양이가 인간과 한패가 되어 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에 고양이들의 세계가 삽화처럼 삽입되어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하는 역할을 한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