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동피랑 마을이 있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지은 책으로는 『살아 숨 쉬는 국새이야기』『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등이 있다. 다음 이야기는 탈북 청소년과 마음이 ‘짠’해지는 가난한 아빠들의 이야기를 모은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림 : 윤남영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어린이 미술 교육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 곳곳의 특징을 담는 벽화 창작을 하고 있다. 이 동화의 배경이 되는 동피랑 마을에도 선생님이 그린 벽화가 있다.
볼락이, 도다리, 멸치, 또 망둥이가 헤엄쳐 다니는 남해 바다입니다. 통영은 그 물고기들이 잔물결을 일으켜 간지럼을 태우는 바다 끝에 살짝 발목을 담그고 있는 조그마한 항구입니다. 그곳에 벽화마을로 많이 알려진 ‘동피랑’이 있습니다. ‘피랑’은 통영 사투리로 벼랑이란 뜻입니다. 그 말처럼 마을은 ‘꼬부랑 고갯길’을 오르는 ‘꼬부랑 할머니’의 굽은 등을 닮았습니다. 집들은 그 등에 찰싹 달라붙은 고둥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는 바다에서 나물 캐듯이 뜯어 온 미역이랑 청각이 하얗게 소금간을 피우며 꾸역꾸역 말라 갑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돌길로 이어진 골목길 중턱에는 목청 좋은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습니다. 할머니는 과자나 사이다, 콜라를 파는 구판장 앞에 놓인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간섭입니다. 어른 아이 가리지 않습니다. “때 빼고 광 내고 오데(어디) 가노?” “놀로(놀러) 갑니더.” “장고도 안 메고 놀로 가나?” “장고를 오데 메고 다닙니꺼? 나는 배에 넣고 다닙니더.” 아저씨는 배를 복어 배처럼 앞으로 불룩하게 내밀어 ‘둥둥’ 소리가 나게 두드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 옆자리에 슬쩍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다른 할머니들의 웃음보도 터집니다. 할머니들의 웃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힘없이 터벅터벅 가게 앞을 지나가는 초등학교 3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영구 네는 얼굴이 우찌(어찌) 그렇노? 본께나(보니까) 또 시험을 망친 모양이네? 그래 평소에 놀지 말고 공부 좀 하지 그랬나?” 이처럼 동피랑이란 동네는 꼭 그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속속들이 꿰차고 있는 동네입니다. 그 동네에 조금 살을 붙여 눈물이 ‘핑그르르’ 돌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엄마 아빠가 자랄 때 소매 깃에 딱딱하게 굳은 콧물처럼 달콤 짭짜름하게 어린이 여러분에도 다가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