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면서도 경쾌한 문장이 장기인 그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작가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먹고, 놀고, 자는 게 일이라는 그에게서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오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그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설정과 반전으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이, 이럴 리가 없다! 내 맹수들은 수년간의 사혼대법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병기다!” 수왕은 미칠 것 같았다. 설령 염라가 온다 해도 자신의 명에 따라 이빨과 발톱을 들이대는 용맹한 맹수들이 어째서 지금은 겁먹은 개새끼처럼 떨고 있는가! 그 혼란은 신교의 소교주 옆에 있던 흑의여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아무런 힘도 내력도 느껴지지 않던 여인! 그 여인이 한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맹수들의 뒷걸음질 치는 속도도 빨라졌다. 급기야 수년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사혼대법을 깨고 달아다는 맹수까지 속출했다. 맹수가 없는 수왕은 더 이상 혈교의 삼왕 중 하나가 아니다. 늙고 초라해진 볼품없는 모습의 양락이었다. “어, 어찌하여…….” 그의 다리가 풀리며 무릎이 땅에 닿았다.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니 참으로 쓸데없는 것을 달았네요.” 온화하고 상냥할 것만 같던 흑의미녀의 입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 신교의 소교주인 무정보다 더욱 차가운 음성이었다. “…….” 양락이 초점 없는 눈을 들어 여인을 쳐다보았다. 오만하면서 냉소적인 눈동자! 끝없는 어둠만 존재할 것 같은 그 눈동자의 끝에서 양락은 볼 수 있었다. 평생을 맹수와 함께 지냈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었으리라. “흑신룡…, 정말,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무정은 말이 없었고 양락 또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맹수들이 전부 도망치고 이제 양락에게 남은 것은 타고 있는 백호 한 마리뿐이다. 새끼 때부터 키운 지 삼십년이 넘어 이제는 혈육보다 더욱 친근하다. 산중지왕이라 불리는 이 백호마저도 길가의 고양이로 만드는 맹수. 신교의 수호신이자 어둠의 신수라 불리는 흑신룡의 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