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과 질병행태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특히 보건의료체계나 보건의료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북한의 경우 무상의료, 의사담당구역제도, 정성의학운동, 한의학 강조, 전통 문화 잔류, 사상성 강조, 경제적 빈곤, 의료자원 부족 등과 같은 독특한 모습이 있다. 이에 따라 북한주민 특유의 질병관과 질병행태 역시 독특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 p.2
빈곤 국가 국민들이 공공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사설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1987년 세계은행 정책(World Bank Policy)에 따라 공공의료를 이용할 때도 돈을 내게 한다는 원칙이 정립되었다. 즉 유상의료가 도입된 것이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의료서비스의 지나친 남용을 막는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빈곤 국가에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서비스의 비공식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치료비용이 공식적으로는 무료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의 의료진에게 뇌물이나 뒷돈(under-the-table money)을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무료로 알려진 모성 서비스의 숨겨진 비공식 비용(hidden unofficial)이 가계 월소득의 50~100%에 달하는 가정이 다섯 가정 중 하나다. 또한 정말로 의료비가 무료라고 하더라도 이동이나 임금 손실과 같은 실제 경제적 손실은 피할 수 없다. --- p.53
[로동신문]기사로 북한주민의 질병관과 질병행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 내용으로 보아 북한은 아직도 정성의학과 희생정신을 의료진에게 강요하고 있으며, 입원실 등 의료시설과 이송체계, 의약품, 입원 환자 식량 등은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족한 의약품 해결을 위해서 고려 약, 약초, 민간요법, 신약 개발 등을 계속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족한 상황에서 희생이나 정성의학에 대한 지나친 요구는 오히려 의료진을 이중적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불충분한 치료 시설과 약물은 공공의료기관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또한 자력갱생의 지나친 강조는 근거가 불충분한 새로운 약품처방이나 자기처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p.68
질병과 건강에 대한 북한주민의 사고방식에서 두드러지는 부분 중 하나는 지금 당장 느끼는 부분을 중시하면서, 장기적인 결과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면담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당장 느끼는 증상이 없으면 건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정신과적 장애에서도 심리적 증상보다는 신체적 증상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또한 증상을 느낄 때만 약을 먹고, 증상이 없어지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전한 치료보다는 주사나 수술과 같은 빠르고 강력한 효과가 있는 치료를 선호한다고 한다.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위해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 진통제, 수면제, 소화제 등을 과다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금연이나 금주, 운동과 같은 건강 습관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하며,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개념을 가지기도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당장 편안한 것이 중요하므로 크게 공포스러워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현재 중심 사고의 이유로는 북한주민이 장래를 생각할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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