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즐겨 봤던 시트콤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때…”라고 시작하는 유행어가 있었다. 10여 년 뒤에 내가 바로 그 ‘청년 실업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그때는 깔깔 웃기만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면접을 망쳤어도 발표날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발표가 났는지 5분마다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발표 전까지 핸드폰과 한 몸이 된다. 끊임없는 새로 고침 끝에 확인한 결과는 탈락이었다. 떨어질 것 같았지만 막상 진짜 떨어지니까 너무 허무했다. 명단을 보면 내 이름이 추가되기라도 할 것처럼 내 이름 없는 합격자 명단을 계속 봤다.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공고가 뜬다! 힘을 내자. --- 「면탈 」 중에서
압박 면접을 본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다. 왜 그때 그렇게 말했지? 왜 그렇게 바보 같이 말했을까?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난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집에 와서 불닭볶음면을 먹고 낮잠을 자고 친구한테 실컷 하소연을 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 「면접4」 중에서
난 이번 하반기 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살거나 말거나 회사에서 나는 ‘이십 대 후반의 알바생’이다. 이 타이틀이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남의 말과 시선에 휘둘리지 말자고, 나의 길을 가자고, 오롯이 ‘나’로 살자고 일기장에 매일 다짐의 말을 썼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하반기도, 알바 계약 기간도 끝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진짜 수고했어. 잘했어. 진짜 너무너무 잘했어! --- 「수고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