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성서가 우선 모든 사람에게 제시된 책이라고 한다면 첫째, 다른 책들에서 이미 역량을 발휘했던 분석 도구를 사용하고 둘째, 실제로 무엇을 밝혀주기 보다 이념적인 것으로 끝나고 마는 범주를 피할 경우, 올바르게 성서를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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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사용된 언어는 모두 세 가지다. 히브리어는 성서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언어이고, <구약성서>의 책들 대부분이 히브리어로 쓰여졌다. 아람어는 이보다 늦게 사용된 언어로서, <구약성서>의 몇권과 히브리어로 쓰인 책들의 몇 구절에 사용되었다. 가장 늦게 쓰인 희랍어는 <신약성서>의 언어이며, 기원전 2년에는 <구약성서> 전체가 희랍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므로 성서는 히브리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되긴 했지만, 한 가지 언어로만 쓰인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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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히브리어로 쓰인 성서의 연대를 측정하기는 더 어렵다. 율법서나, 시집들 등 모든 책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을 뿐 아니라, 사본의 사본으로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사본들은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해봤자, 기원후의 것일 뿐이다. 그것도 1947년에 사해 부근 쿰란의 동굴에서 발견된 <이사야>의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존하는 <구약성서>의 책들 중에서 오직 히브리어로만 기록된 가장 오래된 사본은 서기 11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된 사본이며,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본문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설명'하려는 서기관들의 고의적인 개입 때문이든, 그들의 착오나 실수 때문이든, 아무튼 사본이 원본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은 충분했다. 그렇지만 나중에 쓰여진 사본과 단편적 형태로 발견된 옛날 사본들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이는 고대에서부터 인쇄술이 발명된 15세기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고심하고 애썼던, 이름없는 일꾼들인 수많은 율법학자들의 충성심을 확증해 주는 것이다. 그들이 아주 작은 오류나 실수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로 섬세한 작업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다.
--- 16~17p
성서는 희랍어로 번역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희랍어 성서를 바로 받아들였고, 성서는 이들로 인해 당시에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었다 우선 구스어와 아람어로 번역되었고,그 다음엔 라틴어, 콥트어, 고트어, 또는 시리아어로, 그후로도 당시에 알려져 있던 모든 언어로 계속 번역되었다. 2세기 초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이 성서로 사용했던 양피지 두루말이보다 한 장씩 넘기는 노트형을 선호했는데, 그것이 차츰 지금의 책과 같은 형태로 잡혀갔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