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Alessandro Manzoni(1785~1873)는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1792년 부모가 이혼한 뒤 어린 시절을 주로 수도원에서 보냈고, 라틴어와 그리스어 및 예수회 학파의 전통적인 문화를 교육받았다. 1805년에 어머니와 그의 동거인이 있는 프랑스 파리로 옮겨갔다. 1808년에 엔리케타 블론들과 결혼하여 10명의 자녀를 두지만, 그중 8명은 만초니보다 일찍 사망했다. 1810년 나폴레옹 황제의 결혼식 도중에 발생한 폭발물 테러로 피신해갔던 산로코 교회에서 종교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받는다. 이후 종교적 갈등과 광장 공포증, 신경 장애로 말을 더듬는 등 심각한 정신 질환에 시달리다가 그해에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한편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역사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종교시와 서사 ? 역사 서정시 및 역사 소설과 희곡(비극) 창작에 몰입했다. 또한 계몽주의 및 이후의 낭만주의 사상가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새로운 안목과 통찰력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됐다. 1833년 첫번째 아내가 폐결핵으로 사망했고 1837년에 재혼했던 테레사 보리마저 1861년에 사망했다. 이 같은 가족사의 비극은 만초니의 신앙심을 더욱 굳건히 해주었다. 1873년 산페델레 교회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미끄러지면서 계단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 당시 민중들의 신망이 두터워 1860년에 이탈리아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의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대표적인 저서로 일련의 종교시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오순절La Pentecoste」(1822)과 종교 윤리의 내용을 담은 학술 논문 「가톨릭 도덕에 대한 논평Osservazione sulla morale cattolica」(1819), 베네치아와 밀라노 간의 분열과 냉전을 다룬 비극 『카르마뇰라 백작Il Conte di Carmagnola』(1820)과 샤를마뉴의 프랑스인들이 침략한 롬바르디아 왕국의 쇠퇴기를 희화적으로 그린 시극 『아델키L'Adelchi』(1821) 등이 있다.
이 소설은 레코라는 작은 마을의 교구 사제 돈 압본디오 신부가 돈 로드리고에게 어떤 결혼식을 주례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돈 로드리고는 불한당들을 거느리고 있는 지방 귀족인데, 그는 루치아라는 순박한 마을 처녀를 희롱하고 괴롭히면서 루치아와 그녀의 약혼자 렌초의 결혼식을 방해하고자 한다. 렌초는 비겁하고 소심한 돈 압본디오 신부를 찾아가 사정하고 항의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루치아의 어머니 아녜제의 제안으로 아체카-가르불리라는 변호사를 찾아가 사정해보지만 그 역시 속물일 뿐이어서 렌초는 허탕만 치고 돌아온다. 그런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오로지 크리스토포로라는 신부뿐이었는데, 그는 원래 로도비코라는 이름의 사내로 살인을 한 것을 계기로 참회하고 수도사가 된 인물이다. 렌초와 루치아의 사정을 알게 된 그는 돈 로드리고의 집으로 가서 사정해보지만 결국 대판 싸움으로 끝난다. 렌초와 그의 친구들은 어떻게든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결혼식을 해보려고 계획한다. 그러나 돈 압본디오 신부 집에서 불시에 결혼식을 올리려던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로드리고는 루치아를 잡아올 생각으로 부하들을 보낸다. 렌초와 루치아는 불한당들에 쫓기다 크리스토포로 신부의 도움을 받고 마을을 떠나고, 루치아는 몬차의 수도원에 잠시 피신한다. 그 수도원에는 귀족 출신 수녀 시뇨라(제르트루데)가 있었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과 수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녀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펼쳐진다. 돈 로드리고는 부하 그리소를 시켜 계속 렌초를 쫓고, 렌초는 크리스토포로 신부의 말에 따라 보나벤투라 신부를 만나러 가는 길에 폭동에 휩쓸리게 된다. 빵이 부족한데다 가격까지 오르면서 격분한 군중들이 약탈을 시작한 것이다. 렌초는 호기심에 그 군중들을 쫓아 구경하다가 군중들이 식량 조달 대리인을 죽이려고 하자 말린다. 렌초는 폭동을 주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사촌 보르톨로가 사는 베르가모로 도망친다. 로드리고의 사촌 아틸리오는 백작 숙부에게 로드리고의 일과 그를 방해하고 있는 크리스토포로 신부의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청한다. 백작 숙부가 관구장 신부를 만나 크리스토포로 신부를 먼 곳으로 보내달라고 압력을 가하고, 교회의 명령에 따라 크리스토포로 신부는 리미니로 떠난다. 로드리고는 당시 불한당들 중에 가장 악명 높던 ‘무명인’(그의 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음)에게 찾아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무명인은 부하들을 시켜 루치아를 납치하고 루치아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며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다가 자신을 구해주면 평생 처녀로 남겠다고 맹세할 지경에 이른다. 괴로워하는 루치아를 보며 무명인은 알 수 없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한다. 그는 당시에 명성이 높았던 밀라노의 대주교 보로메오 추기경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추기경의 명령에 따라 무명인은 루치아를 풀어주고, 루치아는 한 선량한 재봉사 부인의 집으로 인도된다. 추기경은 사제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돈 압본디오 신부를 엄하게 꾸짖는다. 아녜제는 딸이 그런 서원을 한 것을 알게 되고 슬퍼한다. 그녀들은 렌초의 소문을 수소문하지만 렌초는 가명으로 숨어 지내느라 한동안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다가 겨우 재회하지만, 결혼하지 않겠다는 루치아 때문에 렌초는 몹시 화를 낸다. 당시 밀라노에는 극심한 빈곤과 용병들의 잔학한 약탈로 몸살을 앓는다. 돈 압본디오 신부의 마을도 위험해지고, 그들은 모두 뭄여인의 성으로 피난을 떠나 마을에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안전하게 지낸다. 페스트가 밀라노 전역에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어떤 칠장이가 수상한 기름을 칠하고 다녀서 페스트가 번지고 있다는 억측에 사로잡힌다. 돈 로드리고도 결국 페스트에 걸리고 만다. 페스트는 렌초가 지내고 있는 베르가모까지 퍼지고, 렌초 역시 페스트에 걸렸으나 이겨내고 루치아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렌초는 흉흉한 민심 덕분에 엉뚱하게도 칠장이로 오해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루치아가 있는 문둥병원에 도착한다. 거기서 크리스트포로 신부를 만나고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루치아도 만나게 되지만, 루치아는 서원을 강조하며 렌초를 거부한다. 렌초는 크리스토포로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신부는 루치아에게 그 서원을 되돌리고 렌초와 결혼하라고 권유한다. 루치아는 그제야 마음을 돌린다. 그들은 파스투로로 가서 아녜제를 만나서 결혼을 준비한다. 돈 압본디오 신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주례를 거부하다가 돈 로드리고가 죽었다는 소식이 확인하자 그들의 결혼식을 허락한다. 렌초와 루치아는 부부가 되어 베르가모에서 공장을 사들이고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