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썰매처럼 연못 위를 미끄러져 간다. 물 속에 잠긴 구름들을 헤치며, 뭉게뭉게 피어나 흘러가다 사라져 버리는 솜덩어리 같은 구름들만 보면 그는 허기를 느끼는 것이다. 구름 한 조각만 먹어 보았으면, 부리를 겨냥하더니 눈같이 흰 목을 느닷없이 물 속에 꽂는다.
잠시 후, 소매를 걷어올린 여인의 긴 팔 같은 목을 들어올린다. 아무 것도 잡지 못했다. 두리번거려 보지만, 겁에 질린 구름들은 다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순간의 착각이었을 뿐, 구름은 곧 다시 모습을 보인다. 벌써 물결이 잠잠해지면서 멀리 구름 한 조각이 물 속에 어리고 있다. 털방석 위에 사뿐히 몸을 실은 백조는 노를 저어, 천천히, 다가가...
헛것을 낚느라고 몸은 기진했고, 어쩌면 백조는 저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구름 한 점 입에 넣어 보지도 못한 채. 그런데, 착각을 한 건 내가 아니었을까? 자맥질을 할 때마다 백조는 부리로 먹을 것이 풍부한 진흙 바닥을 뒤져 벌레 같은 것을 물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백조는 거위 못지않게 살이 쪄 있다.
--- p. 38-39
르나르는 자연의 영혼과 언어의 빛을 접근시킴으로서, 그러나 모든 사변과 분석을 경계하고 물질과 영혼이 조우하는 순간을 포착하려고 함으로서,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인간적인 것과 인간 속에 살아 숨쉬는 자연을 동시에 보려고 했다. 금욕주의를 연상케하는 그의 절제의 미학과 형이상학을 경계하는 개개의 사물들에 대한 애정은 인간의 오만이 극에 달해 가는 세기말에 한 번쯤 귀담아 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역자후기)
--- p.
*정원에서*
삽 : 부지런한 가난뱅이 없다.
곡괭이 : 동감이다
꽃들 : 오늘은 해가 뜰까?
해바라기 : 그럼, 내가 원한다면.
물뿌리게 : 무슨 말씀.내가 마음만 한번 먹으면 비가 오지. 꼭지를 뽑아 버리면 비가 아니라 홍수라도 지지.
장미나무 : 어이쿠, 이놈의 바람
버팀목 : 내가 있잖아
산딸기 : 장미는 왜 가시를 갖고 있지? 장미는 먹을 수가 없어
양어장의 잉어 : 말 한번 잘했다! 사람들이 나를 먹을때 내가 가시로 찌르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먹기 때문이야.
엉겅퀴 : 하긴 그런데, 너무 늦었군.
--- p.143-144
*정원에서*
삽 : 부지런한 가난뱅이 없다.
곡괭이 : 동감이다
꽃들 : 오늘은 해가 뜰까?
해바라기 : 그럼, 내가 원한다면.
물뿌리게 : 무슨 말씀.내가 마음만 한번 먹으면 비가 오지. 꼭지를 뽑아 버리면 비가 아니라 홍수라도 지지.
장미나무 : 어이쿠, 이놈의 바람
버팀목 : 내가 있잖아
산딸기 : 장미는 왜 가시를 갖고 있지? 장미는 먹을 수가 없어
양어장의 잉어 : 말 한번 잘했다! 사람들이 나를 먹을때 내가 가시로 찌르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먹기 때문이야.
엉겅퀴 : 하긴 그런데, 너무 늦었군.
--- p.14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