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여자가 행복해야 남자가 행복하다’에서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 가정생활에 대한 행복수준을 담았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 어떻게 결혼 생활을 꾸려나가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가, ‘사랑’과 ‘현실적인 결혼’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행복한 가사분담은 어떻게 이뤄질까, 등 머릿속에서 막연히 맴도는 고민을 통계와 수치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행복 맥락에서 여성과 남성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을 발견하여 분석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을 비교한다. 여성들이 선천적으로 행복하지만 사회제도 때문에 불행하다는 연구 결과를 한국 사회, 특히 남편(남성)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권고하고 있다.
2부 ‘우리는 왜 돈에 집착하는가’에서는 돈과 행복지수와의 관계를 다뤘다. 경제와 불행이 동반성장하는 기형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돈은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아니면 전혀 필요 없는 것인지 묻고 있다. 행복경제학에서 바라본 돈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돈이 없지만 행복할 수 있고 돈이 있어도 불행할 수 있다는 사회적 주장을 통계분석을 통하여 수치로 잡아내고 있다. 억대연봉자가 무리하게 돈을 욕심 내는 순간 행복도가 5천만 원 소득 수준으로 떨어지는 행복의 후진 현상을 발견한다. 행복찾기에서 돈을 통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적다는 것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네만 교수의 매몰환상이론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서도 확인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3부 ‘행복한 나를 디자인하라’에서는 직업, 건강, 운동, 술과 담배 등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추었다. 20대까지는,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어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30대가 되면서부터는 일과 집안일에 얽매어 시간을 내지 못한다. 노년이 되어 시간과 돈이 있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살면서 부대끼는 삶의 조각을 행복과 연결하려 했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행복을 디자인하라》에서는 주로 개인과 가정에 초점을 두었다. 행복담론의 씨앗이자 첫 발자국에 불과하지만, 저자는 희망한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화려한 지식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돈에 얽매임이 아니라 실현성 낮은 욕망에 대한 포기의 미학을. 저자는 역설한다. 행복을 위한 노력을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것임을. 행복을 위한 개인적 노력이 사회분위기와 국가정책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 지금처럼, 돈과 가시적 성과에 휘둘리며 일희일비하는 삶과 태도는 행복에 ‘쥐약’이며 행복수준도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종착점은 허망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 찾기는 결국 개인의 단계를 넘어 사회적이고 공동의 노력으로 전환할 때 돈과 행복의 아름다운 동거가 가능해질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행복, 돈, 제도의 삼각함수를 한국적 맥락에서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저자의 다음 목표이다.
Happy Tip! _ 방글라데시가 우리나라보다 행복한 나라라고?!
우리나라에서 행복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방글라데시’(혹은 바누아투)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것을 증명하는 조사 결과가 있다. 1998년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가 나라별 행복지수를 산출했는데 방글라데시가 1위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을 망라한 돈 많은 나라보다 더 행복하다는 뉴스는 당연히 화젯거리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의 런던정치경제학교의 연구 결과는 행복 순위를 다루는 연구 분야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행복을 다루는 조사 중에서 방글라데시의 행복순위가 어쩌다 높게 나왔을 뿐이다. 방글라데시 행복지수는 한국 사회가 물질적으로 부족하던 시절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지 않았을까?
학술적으로 국가 간 행복수준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자료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1980년대부터 5년 정도 간격으로 행복과 관련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국제적으로 대체로 하위권에 속한다. 1990년대 중후반의 조사를 보면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 평균은 3점 만점에 2.01로 조사대상 56개국 중에서 29위, 2000년 전후에 시행된 조사에서는 1.90으로 64개국 중에서 47등을 하였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각각 1.99와 1.96으로 30위와 37위를 차지하여 방글라데시보다는 약간 더 행복하지만 국제적으로 행복후진국임을 알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 교수가 행복을 주관적 평가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예가 느끼는 만족감, 후진국의 우민화 정책에 따른 행복, 남편에게 매맞고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방글라데시 여성의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 건강과 같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무시하면 행복이 정치적 이념에 이용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본문 129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