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른바 우방이라는 국가들은 과연 한국에서 피를 흘려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인가? 하지만 싸울 것을 준비하지 않은 평화로운 한국 국민에게 도대체 누가 지금과 같은 싸움의 발단을 만들어놓았는가? 그것은 분명히 말하건대 한국인의 의사롤 만들어진 경계선이 아니다. 이른바 우방으로 불리는 힘센 강대국들이 한국에는 한마디도 묻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좇아 제멋대로 설정한 가공의 경계선인 것이다. 그런데 그 위도선 때문에 한국인은 지금 이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킬머는 아마 한국 전쟁에서 우방들만이 피를 흘린다고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방들이 흘리는 피는 한국인의 피에 비하면 콧등이 깨진 정도의 가벼운 상처에 불과하다. 한국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전쟁의 현장이다. 저들이 만일 5리터의 피를 흘린다면 한국인은 아마 5드럼의 피를 흘릴 것이다. 더구나 저들은 각 전선에서 전투원의 신분으로 전쟁 수행중에 피를 흘릴 뿐이지만, 한국인은 전후방에 관계 없이 비전투원인 민간인들까지도 전쟁으로 야기된 여러 종류의 재앙으로 하루에도 수백 명씩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싸울 것을 준비하지 않은 한국 국민들이 왜 이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그들의 의사에 반해 무더기로 죽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