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쯤해서 갈고리나비 번데기를 찾아내는 나만의 비법을 공개할까? 가시와 똑같이 생긴데다 색깔마저 나뭇가지와 똑같은 번데기를 눈으로 찾아내는 건 초보자들에게는 거의 성공률 0%! 그럴 때는 돋보기를 이용해야 한다. 돋보기로 가시들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가운데 물방울 모양의 흰색 무늬가 있는 가시가 눈에 띌 것이다. 바로 그게 갈고리나비의 위대한 번데기다.
프롤로그-그 해 여름의 기억 도시를 떠난 가영이네 가족이 강원도 횡성에 홀로세 생태학교를 세우기까지 겪었던 힘든 일과 슬픈 일, 그리고 가족애를 새롭게 발견한 일 등을 다섯 개의 기억에 담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첫 번째 이야기-나비 따라 나선 아이 나비가 되고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비를 되살리려는 가영이네 가족의 노력과 나비와 친구가 되어 교감하는 가영이의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홍점알락나비 애벌레를 키우게 된 가영이는 홍점알락나비를 어렵게 우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기쁨에 먹이식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손수 꿀물을 나비에게 준 가영이에게 놀라운 일이 생겼다. 홍점알락나비가 가영이의 손 위에 사뿐히 앉은 것이다. 나비와 하나가 된 느낌! 가영이는 홍점알락나비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곤충과의 교감을 느끼게 해 준 친구 홍점알락나비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영이에게 첫 채집의 기쁨을 선사한 뿔나비, 개미와 공생하는 먹부전나비, 냄새뿔로 천적을 위협하는 산호랑나비, 어렵게 사육과 방사를 거듭하여 되살린 희귀종 꼬리명주나비 등의 이야기가 있다.
두 번째 이야기-홀로세의 사계 홀로세 생태학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 홀로세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만나는 다양한 곤충, 새, 물고기들과 홀로세 생태학교를 찾은 아이들의 재미있는 자연 체험 이야기가 가득하다. “산초나무 잎에 하나 가득 박아 놓은 알들을 목숨 걸고 지켜 내는 에사키뿔노린재의 모성애는 온갖 궂은 비바람과 배고픔 앞에서도 끄떡하지 않을 만큼 강하다. 나뭇가지로 아무리 건드리고 알에서 떼어 내 보려고 잡아당겨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가늘기만 한 6개의 다리 힘이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모성애의 힘을 보여 준 에사키뿔노린재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죽어가는 도롱뇽을 살린 이야기, 아빠가 제일 무서워하는 말벌의 강력한 침맛, 가을밤의 엽기적인 사마귀 부부, 홀로세의 무법자 털발말똥가리, 자연의 일등 청소부 송장벌레 등의 이야기가 있다.
세 번째 이야기-생태를 위하여 산업의 발전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모습과 자연 생태를 위협하는 사람들, 그리고 생태를 위하여 애쓰는 가영이네 가족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하대리 계곡을 찾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 그들은 쇠꼬챙이와 족대, 비닐포대를 들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 북방산개구리를 무자비하게 사냥한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 그런 생각 없는 사람들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북방산개구리를 위해 가영이네 가족들이 나섰다. 계곡을 지키고 섰다가 사람들을 타이르고 꾸짖어 보내기를 수십 차례. 처음엔 그 모습을 못마땅해하던 이웃들도 이제는 함께 도움을 준다.” 사람들의 남획으로 사라져가는 북방산개구리 이야기를 비롯하여 동물성 사료로 인해 생태 위기에 놓인 소똥구리, 환경 파괴로 인해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늦반딧불이, 산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망가진 병지방리 계곡 등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를 마치며 가영이와 엄마가 주고받은 편지. 평소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속 감사와 사랑을 편지를 통해 이야기한다.
‘홀로세 생태학교’는 이런 곳입니다 강원도 횡성군 깊은 산골에 자리 잡은 홀로세 생태학교는 1997년 7월에 개교하였으며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나비류를 사육하는 ‘UFO나비집’, 멸종 위기종인 소똥구리를 사육하는 ‘소똥구리사육실’을 비롯하여 풍뎅이박물관, 그랜드피라밋, 워터월드, 식물생태관, 실험실이 갖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