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승가대학과 송광사 율원에서 공부하였으며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동안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하였고 해인사 포교국장 소임을 맡아 수련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청주 관음사에 머물면서 서원대학교 강사로 출강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 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 등이 있다.
티베트는 우리가 가진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비로소 마음의 존재에 대해 눈뜨게 한다. 욕심에 기울거나 편견에 흐려진 눈이 아니라 근원적인 눈이 열리는 것이다. 이 근원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고 나쁨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것을 티베트에서 온전하게 확인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 투명하고 푸르던 티베트 하늘이 그리워질 때마다 지나는 바람에게 그곳의 안부를 물어본다. 그리고 바람에 실어 이곳의 안부를 이렇게 전해줄 것을 부탁한다. 당신들을 만나서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고…. --- '책머리에' 중에서
만약, 그 하늘빛이 특정 지어진 색이 있었다면 이토록 그 하늘을 그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그곳에 가야 형용할 수 없는 그 오묘한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내 생애에서 또다시 티베트 여행을 결행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맑은 하늘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상사相思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옛글에 여인음수如人飮水냉난자지冷暖自知라 했다. 물이 차고 더운 것을 어찌 말하겠는가. 마셔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설산에 펼쳐진 쪽빛 하늘을 만나고 싶은 자, 당장 떠나라. 길을 나서는 자만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 p.17
너무 큰 것을 준비하면 작은 일에 소홀하게 된다. 자꾸 망설이고 지체하면 시간만 낭비하고 소중한 것은 세월 속에 흘러가고 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은 당장에 시작하는 일이다. 망설이며 보내는 시간을 합산하면 생애 5분의 1은 차지하고도 남으리라. 우물쭈물하지 마라. 차라리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라. --- p.21
열차를 타고 가장 빨리 목적지에 가는 방법을 아는가?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그땐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 이처럼 풍경과 묘미 속에 빠져야 지루하지 않다. 목적을 기다리면 현재의 시간은 무료하고 짜증난다. 그러나 과정이 목적이 되면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티베트어로 ‘마음 바꾸기’를 ‘로죵Lo-Jong’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의 마음을 어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꾸어 놓는다는 뜻이다. 즉,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p.47
무슨 이유로, 저들은 저토록 온몸을 던져 절하며 나아가는 걸까? 그들의 오체투지는 십만 번이 그 목표다. 깨달음에 가는 가장 신속한 방법의 예비수행이라 믿기 때문이다. 흔히 티베트 불교를 지칭할 때 탄트라 불교라 말하는데, 이는 서양인들이 만들어 낸 용어다. 불교 문헌에 따라 엄격히 구분하면 금강승金剛乘, Vajraya - na이라는 표현이 옳다. 쉽게 말해 우리는 대승불교의 나라이고 티베트는 금강승 불교의 나라인 셈이다. --- p.145
유대인 격언에 이런 말이 전한다. “매일, 오늘이 그대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매일, 오늘이 그대의 첫 번째 날이라고 생각하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은 황금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어제와 이제는 있지만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은 없다. 즉, 내일은 확실하지 않으므로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present’는 선물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어제는 지나가 버린 것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는 선물이다. 현재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제도, 내일도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 p.198
여행은 낯선 곳에서 서성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낯선 사람과 낯선 풍경은 익숙한 것에 길들여진 삶에 대한 신선한 조소嘲笑다. 그래서 낯선 것의 생경함은 단조로움의 일소一掃다. 어떤 이가 말했다. 인생이 지루해서, 그 단조로움을 이기기 위해 여행을 나서지만, 또한 그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면 인생을 모른다고. 어디에 있건, 낯선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지루함을 이길 수 없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상황과 장면이 삶의 애드리브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여행지의 일상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 살아가는 곳은 그 장소가 어디든 삶의 현장이다. 학습장소가 따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낯선 것이든 익숙한 것이든 내 삶의 드라마가 되지 않으면 인생은 언제나 지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