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하늘은 아주 어두웠다. 나는 반도 안 탄 담배를 층계 창밖으로 던지고 일어났다.
필터에 루주가 빨갛게 묻은 그것은 흡사 개똥벌레처럼 불똥을 단채 긹 호를 그리며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수위실은 아직도 깜깜했으나 나는 층계를 내려왔다. 3층까지 내려왔을 때 나는 문득 열린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편에 등을 대고 프라이팬에 무엇인가 볶고 있는 여자의 모습 너머 마루 끝에 앉은, 머리통이 큰 사내아이가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아이의 힘없이 벌린 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값싼 식용유의 냄새, 언제나 공기 속에 무겁게 괴어 있는 연탄 가스의 냄새를 들이 마셨다.
아이는 나를 보자 낯가림을 하듯 다시 울기 시작했다. 여자가 휙 돌아섰다. 그리곤 성난 얼굴로 아이의 뺨을 후려쳤다. 겨우 울음 끝을 잦히던 아이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아니, 원, 큰 구경이 났는 줄 아는 모야이지, 왜 남의 ---"
끝엣말은 문틈에 끼워 잘려버렸다. 그 여자가 말도 채 끝내지 않고 사납게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 p.23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나는 짐짓 태연하게 물었다.
"발전소에서 불 구경을 했어. 굉장히 큰 불이야. 빠져 나오느라고 혼났어." 그가 허덕이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때로 불덩이는 솟구쳐 강물로 떨어져내렸다. 주위는 낮같이 밝았다. 불길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고 더욱 밝고 기름지게 타올라 소방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장난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자, 주무세요, 이젠 괜찮아요."
나는 그의 옷을 벗겨 자리에 눕히고 턱에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그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릴 적마다 흠칠 몸을 떨며 흐득히는 그를, 아이를 달래듯 팔에 힘을 주어 안았다.
창의 붉은빛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방안을 가득 채워 우리는 마치 조금도 뜨겁지 않은 화염 속에 나란히 누워 있는 듯했다. 나는 얼ㄴ 아이를 잠재우듯 그의 머리를 가슴 깊숙이 안고 있지만 꺼멓게 타버린 재를 안고 있는 듯한, 또한 불이 타고 있는 강 건너, 꽃보다 더 진한 어둠 속에서 메마른 목소리로 울고 있는 한 마리 삵을 보고 있는 듯한 쓸쓸함에 짐짓 소리내어 우는 시늉을 하였다.
--- p.26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나는 짐짓 태연하게 물었다.
"발전소에서 불 구경을 했어. 굉장히 큰 불이야. 빠져 나오느라고 혼났어." 그가 허덕이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때로 불덩이는 솟구쳐 강물로 떨어져내렸다. 주위는 낮같이 밝았다. 불길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고 더욱 밝고 기름지게 타올라 소방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장난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자, 주무세요, 이젠 괜찮아요."
나는 그의 옷을 벗겨 자리에 눕히고 턱에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그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릴 적마다 흠칠 몸을 떨며 흐득히는 그를, 아이를 달래듯 팔에 힘을 주어 안았다.
창의 붉은빛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방안을 가득 채워 우리는 마치 조금도 뜨겁지 않은 화염 속에 나란히 누워 있는 듯했다. 나는 얼ㄴ 아이를 잠재우듯 그의 머리를 가슴 깊숙이 안고 있지만 꺼멓게 타버린 재를 안고 있는 듯한, 또한 불이 타고 있는 강 건너, 꽃보다 더 진한 어둠 속에서 메마른 목소리로 울고 있는 한 마리 삵을 보고 있는 듯한 쓸쓸함에 짐짓 소리내어 우는 시늉을 하였다.
---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