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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춤이나 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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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춤이나 춥시다

: 정용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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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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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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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7.61MB ?
ISBN13 9788992650489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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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하루 해는 어떻게 가나
나는 종지에 손을 얹고 주머니에서 50원짜리 백동전을 꺼내놓았다. 10원만이요, 하고 말하려는 순간 벌써 아저씨는 종지를 뒤집고 있었다. 거기엔 주사위가 없었다. 종지가 드러낸 그 하얀 맨땅을 보자 현기증이 났다. 번개처럼 많은 생각들이 스쳤으나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집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남들은 이제 시작인데 나는 소풍 끝이었다. 젠장, 라면땅이라도 하나 사놓을걸! --- '소풍과 야바위꾼' 중에서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헤집는 머리에 아버지의 손이 얹혀졌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내 양 볼을 잡고 당신 얼굴을 비볐다. 막걸리 냄새가 훅 끼쳐왔다. 따가운 수염이 얼굴을 문질러댔다. 아버지는 조끼 주머니를 뒤적거려 검고 쭈글쭈글한 미역꽃을 몇 개 내 손에 쥐어주었다. 시장 귀퉁이 마른 미역가게 앞에 쭈그려 앉아 미역을 만지작거리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버지의 장날 선물' 중에서

“저어, 선생님이 중학교 가는지 내일까지 알아 오래요!” 하고 벼르던 말을 뱉었다. 밥상 위에 침묵이 흐르고 젓가락 소리만 들렸다.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형이 입을 열었다. “네 선생님이 그러는데 너는 중학교 갈 실력이 안 된다는데!”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누이가 슬픈 눈빛으로 쳐다봤다. 형수는 물을 뜨러 가는지 밥상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꾸역꾸역 떠넣는 내 비빔국수 그릇에 소리 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눈물 젖은 비빔국수' 중에서

제2부 서울 물 좀 먹어보자
오늘은 누구보다 빨리 학교에 가야 했다. 혼자서 산길로 접어드는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함초롬히 핀 연분홍 진달래꽃 무더기에서 파란 물이 묻어나는 가지를 꺾었다. 한 다발의 진달래꽃을 들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뛰어 교실로 들어갔다. 고요한 교실에 쿵쿵 뛰는 내 심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교탁 밑에 놓인 빈 꽃병을 올려놓고 꽃을 꽂았다. 수줍게 웃는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 '첫 여선생님' 중에서

드디어 비틀거리던 김일 선수가 정신을 차리고 타이거 마스크의 머리에 박치기를 시작하고 휘청거리는 타이거 마스크의 머리채를 끌어당겨 가면을 벗겨버릴 때에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단체로 박수를 쳤다. 종복이 형은 그럴 때 꼭 “저거, 다 쑈여, 쇼!” 하고 김빠지는 소리를 해서 미움을 샀다. --- '고고춤이나 춥시다' 중에서

희용이네 형 친구들은 저녁을 먹고 자주 희용이네 집에 모여서 이 전축을 틀어놓고 춤을 추었다. 집에서 형들과 어울려 놀던 희용이는 아이들 앞에서 “이게 고고춤이여!” 하면서 몸을 흔들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희용이도 팝송을 듣긴 했어도 가사는 외울 수가 없어서 “키퍼~언 러닝” 하다가 “디리 쏘주나 마시고 고고춤이나 춥시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 앞에서 몸을 흔들었다. --- '고고춤이나 춥시다' 중에서

드디어 희용이가 전축을 켰다. 프라우드메리 킵언러닝 헤이투나잇 모리나 물레방아인생……. 힐끗힐끗 서로를 쳐다보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어떤 흥분이나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여자애들과 한 방에 있다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알 수 없는 흥분에 빠지게 했다. --- '고고춤이나 춥시다' 중에서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놈은 나와 영성이를 양팔로 어깨동무를 하고 찍어 누르며 낄낄거렸다. 순간 욱하는 것이 치밀어 올랐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다. 낯선 곳에서 자기 자리를 잡기까지 겪어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비애를 감내하며 순응할 것인가 두려움을 박차고 광기를 한번 부릴 것인가. 망설이다 제법 공손한 투로 말했다.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바닥의 돌멩이를 발로 차서 개천으로 밀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그걸 꼭 알아야 되냐, 개자식아!” ---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중에서

“얌마! 너 일어나”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내가 반공이 뭐라고 얘기했어?” 마지막 시간이라 긴장도 풀리고 영성이와 연애편지로 장난을 치던 터라 나도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투로 “저……반공은……, 공을 반으로 쪼갠 거요!” 하고 대답했다. 순식간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을 웃겼다는 것으로 으쓱해지는 순간 마주친 선생의 눈빛은 불길했다. “너희 두 놈 이리 나와!” 번쩍 하고 따귀에 불이났다. --- '너, 다시 한번 말해봐!' 중에서

얼른 가방에 빨간 책을 쑤셔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종례고 뭐고 집으로 달려가 다락방으로 직행하고 싶었다. 저만치부터 뛰어온 영성이가 어깨를 툭 치고 “내일은 내 차례다!” 씽끗 웃고 돌아섰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락방으로 들어가 느긋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빨간 책을 꺼냈다. 그런데 이 자식들이 어찌나 중간 중간 결정적일 때마다 한 장씩 뜯어냈는지 여관만 들어가면 다음 페이지가 없었다. 이렇게 안타깝고 짜증나는 순간은 내 생에 처음이었다. --- '빨간 책' 중에서

제3부 설익은 인생의 맛
마침 옆방에서 예배를 마친 고등부 학생들도 문을 밀치고 나오고 있었다. 그때, 정말 운명적이라고 할 만한 눈빛과 마주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듯 마음이 쿵! 하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감정이란 것이 어떻게 한순간의 눈빛으로 이렇게 떨리고 셀렐 수 있단 말인가. 임금영, 그녀는 그렇게 내 마음속으로 왔다. 나는 이 순간부터 초등학교 때의 그 여자애가 아니고 중학교의 담임선생님도 아니고 바로 이 여자로써 내 인생의 첫사랑을 삼기로 했다.

학교 이름이 크게 새겨진 교련복을 남방처럼 단추를 풀고 아래깃을 서로 잡아매서 입고 우리는 마치 촌놈들이 아니라는 듯이 자전거를 타고 강 다리를 넘을 때까지는 그래도 서로 입이 살아서 깔깔거리고 갔지만 막상 읍내로 들어가니 막막했다. 가게에서 사는 물건도 아니고 어딜 가서 여자들을 만나서 강 다리 건너 백사장까지 데려간단 말인가. 괜히 자전거를 타고 좁은 읍내 바닥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녔지만 동창 여자는커녕 말 붙여볼 만한 여자도 못 만나고 맥이 풀렸다. --- '그래도 느넨 서울 놈이잖아' 중에서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을 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설탕을 넣은 우유에 입술을 축이듯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마분지처럼 떨리는 서로의 입술은 강렬하게 닿았다. 팔레트에 짜놓은 붉은 물감과 푸른 바다빛 물감을 부드러운 붓이 천상에서 내려와 휘젓고 있었다. 그녀와 내 영혼의 도화지가 붉고 푸르게 젖어갔다. 그 순간 세계는 끝이 났어야 했다. --- '첫 키스' 중에서

오늘 이후로 이 도시에서 누구도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오늘 나 홀로 승선하고 출항하는 인생의 목선에 선장이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고독과 두려움을 견디고 먼 곳으로 갈 것이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가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릴 것이다. 이제 나만이 나에게 간섭할 수 있고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다. 검은 하늘의 무수한 별들 중에 한 별을 골라 내 별로 삼아 위로받고 꿈꾸며 그 별을 향해 항해할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의 선장이다.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 '소년은 울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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