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장희권은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였으며,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독문학, 문예학,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같은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박사 학위 취득 뒤에 독문과 및 문예학과에서 강의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부산대·동의대·성심외대 독문과에서 강의하였으며 부산대 국제지역문제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Post-Doc.)을 마치고, 현재는 같은 연구소의 전임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마르틴 발저, 디터 퀸, 로베르트 무질, 칼 필립 모리츠,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에른스트 블로흐, 전기체 소설 등에 관한 논문을 썼고,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최후의 세계』(열린책들)를 우리말로 옮겼다.
지은이 칼 필립 모리츠(Karl Philipp Moritz, 1756~1793)는 독일 북부의 소도시 하멜른의 궁핍한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나 모자 제조 기술을 익히는 견습생 생활을 하다가 배움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재능을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아 가까스로 에어푸르트 대학과 비텐베르크 대학을 다니며 신학을 전공하고 몇몇 학교의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1786년 이탈리아 여행길에 작가 괴테를 만나 2년간 교류하였으며 독일로 돌아와서는 1789년 바이마르 공국의 칼 아우구스트 공의 중재로 베를린 대학의 문학 이론 및 고전문헌학 담당 교수가 되었다. 1792년 크리스티아네 프리데리케 마츠도르프와 결혼하였으나 반년도 못 가 파경을 맞았으며 수년간에 걸친 폐결핵으로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1793년 크리스티아네와 재결합했으나 1793년 6월 26일, 불과 37세도 못 채우고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모리츠는 당대의 온갖 사상과 정신사적 화제를 자신의 한몸에 결집시켰으며, 독일어 문법, 언어철학, 심리학, 교육학, 예술 이론, 신화론, 고전문헌학 등 다방면에 걸쳐 논문을 썼다. 베를린 대학에서의 미학 강좌를 통해서는 티크, 바켄로더, 훔볼트, 파울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독일 낭만주의 미학의 한 토양을 마련하였다. 그는 문학 부문에서도 다양한 저술을 남겼고 당대의 문호 괴테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괴테는 『안톤 라이저』를 읽고 난 뒤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을 고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썼으며, 모리츠의 『독일 운율학 연구』에 영향을 받아 『이피게니에』를 수정했다. 이밖에 괴테의 『토르크바토 타소』 속의 인물 타소의 성격에는 모리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단연 『안톤 라이저』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사회 구조·경제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작품 속 심리 관찰 방식은 오늘날 심리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분석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이와 함께 소재를 의도적으로, 문학적 가공 없이 작품에 이용하는 방법 등이 주목받아 이 작품의 문학사적 중요성은 20세기 후반에 와 다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