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로 웃음을, 「사랑 따윈 필요 없어」로 아픔을, 「국가대표」로 감동을 배웠다. 이렇듯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세상과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1998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된 글쓰기 여정은 2002년 제10회 젊은 연극제에 순수 창작극인 「로미오&줄리엣 닷컴」을 출품하며 시작됐고, 2005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프로작가로 도약하게 됐다. 2011년 현재는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로마의 휴일》은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소설가로서 그녀가 세상에 내놓는 첫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다소 엉뚱하고 철없는 스물아홉 처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난데없이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로 오인 받았음에도 이를 바로 잡기보다, 아이의 양부모가 보내온 비행기 티켓으로 도둑 여행을 감행할 정도로 황당하다. ‘뭐 이래?’ 하고 책장을 덮어버릴 수 있지만 ‘어라, 그래서?’ 하고 그녀를 따라가게 된다면, 소설 안에서 숨겨진 매력을 내보이며 새롭게 변화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 상처를 보듬는 그녀의 철없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타인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그녀의 황당한 선택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비밀 병기는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것도.
시작은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로마와 경주를 배경으로 한 알콩달콩, 새콤달콤 로맨스가 날 설레게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결혼 후 약간은 소원해진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동생들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뭉클해 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엄마……. 우리 언제 시간 내 여행이나 갈까? 로마는 못 가겠지만(^^),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최고의 휴양지가 될 것 같아.” 날 ‘나만의 행복한 나라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 건, 아마도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 때문 아닐까……. 나에게 그 소중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로마의 휴일》은 마치 예기치 못한 선물처럼 어메이징한, 사랑스러운 로맨틱 소설이며, 가슴 아련한 가족소설이다. 정수현 (《압구정 다이어리》 저자)
인생이 여행이라는 말은 틀렸다. 우리는 저세상으로 갈 때, 인생으로부터 그 어떤 기념품도 가져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대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이 작품의 주인공 선아처럼, 의식하든 못하든 타인에게 선물을 남긴다. 우리의 인생에 크기가 있다면, 그건 기념품의 크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남기고 가는 선물의 크기이지 않을까.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는 대신, 세상에 보내는 선물 같은 작품을 써낸 김선정 작가. 그리고 로마여행에서 자신의 가방을 채워오는 대신 타인의 마음을 채워준 《로마의 휴일》의 히로인 선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김용화 (<국가대표>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