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 대륙의 합리론자들은 정신 중에서도 이성을 통해서 인간은 대상에 관한 진리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가 하면 로크나 흄 등 영국의 경험론자들은 정신(마음)에 이성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습관적 감각에 의해서 인간은 대상을 지각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프로이트는 종래의 철학자들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정신(영혼 또는 마음)을 엄청나게 큰 빙산에 비유한다면 우리들이 이성이나 지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물위에 나와 있는 빙산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이다. 물속에 잠겨 있는 커다란 부분은 심층의식에 해당한다. 프로이트의 용어대로 표현하자면 이성이나 지성은 의식된 것(das Bewußte)이고 심층에 은폐된 부분은 의식되지 않은 것(das Unbewußte)이다. 의식되지 않은 것은 정신과정(영혼과정)을 형성하는 본질적인 것으로서 충동에 가득 차 있으며 결정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임의적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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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행복하게 하며 인간에게 유용한 활동과 가치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문화적인 것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보기에 현대문화는 왜곡된 문화이다. 현대인은 동화 속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계문명을 창출하였다. 동시에 인간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전지전능한 이상을 형성하였으며 그것은 바로 신들이다. 신들은 인간의 문화이상(Kulturideale)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문화 안에서 기계문명 및 다양한 사회제도들을 통해서 점점 신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나 현대인은 신화의 유사성 안에서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문화의 발달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화는 사회적인 것이므로 대중과 지도자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절대권력이 지배하기 때문에 문화의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지도자(독재가)의 힘은 권력임에 비해서 공동체의 힘은 권력을 붕괴시킬 수 있는 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로이트는 지도자의 힘을 공동체의 힘으로 대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문화의 진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