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독점시스템은 단순한 체제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국이 자신들의 경제력에 비해 더 많이 소비하는 동시에 국제 질서 속에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0년 전부터 미국은 제조업이 몰락하고, 서비스 중심의 경제 구조로 변화했다. 이 결과 미국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이 느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더 증가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퍼센트 이상 소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불가능하게 국내 저축률은 ‘제로(0)’에 가깝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모순된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끊임없이 유입시켜야 한다. 저항하는 국가나 단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영원히 지속해야 하며, 전세계의 모든 부(富)는 미국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체제가 바로 미국의 독점 시스템이다. - <제1부 미국의 독점 시스템> 중에서
미국의 근본적인 모순은 저축률이 ‘0’에 가까운 상태라서 세금을 깎아주든지 금리를 낮춰야만 민간 부문의 소비가 증가한다는 점과 연방정부가 세금을 깎아줄 능력이 없는데도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점이다. 세금을 내는 개인이나 세금을 거둬 재정을 집행하는 연방정부 모두 미래보다는 현재의 소비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투자를 늘려 수출이나 고용을 늘리려는 정책은 전혀 쓸 수가 없다. 따라서 독점 시스템의 미국적 표현은 현재의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중략) 특히 독점 시스템이 수면 위로 등장한 2000년 이후 연평균 저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이는 미국의 신보수주의 정권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독점 시스템에 중독되어 앞으로도 무한히 이러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적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미국의 막강한 힘이 그들의 과소비를 유지시켜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미국인들은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 <제2부 흔들리는 거인> 중에서
미국이 독점 시스템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모든 문제는 미국이 유발시킨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미국은 ‘공공의 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는 미국에 대해 존경을 철회하고 있다. 독점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민주적이며 민족주의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 체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독점 시스템의 자체 결함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이 비합리적 정책의 결합은 충분히 예상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의 빈도와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후 산발적인 저항이 임계치를 통과할 경우 저항은 조직화, 체계화될 수 있다. 문제는 자연스런 저항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맞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 가장 중요한 이론을 제공한 브레진스키조차도 미국의 한계 때문에 ‘협력’이나 ‘국제 공조’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찾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이는 미국인 모두가 ‘세계는 미국이다.’라는 사실이 거짓임을 인지할 때나 가능해 보인다. - <제3부 저항과 배신> 중에서
경착륙은 모두가 동의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1930년대의 대공황에 필적할 만한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략)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순의 제거에 실패할 경우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순간에 와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는 새로운 질서 창출을 위한 아마겟돈의 대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착륙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은 연착륙 되어야 한다. (중략) 미국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하기 싫은 것이겠지만 미국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도덕적 우위를 회복해야 한다. (중략) 두 번째로 미국이 해야 할 것은 미국 내 낭비적 요소를 줄여야 한다. (중략) 이런 연착륙의 조건들은 향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도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다면 미국 붕괴 시기는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미국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다. (중략) 미국의 문제가 표면으로 나타날 기간은 2015~2020년 사이가 될 전망이다. 이 시기는 미국은 물론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들이 인구 감소, 고령화, 연기금 고갈 등 사회 안전망의 붕괴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미국은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 확대로 사회의 안전성마저 현격히 낮아질 시점이기도 하다. - <제4부 미국의 미래와 한국> 중에서
현재 한국은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국가 전체가 다양하게 분열된 상태다.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갈등, 성장과 분배의 갈등, 기득권 갈등 등 모든 갈등은 미국을 매개로 하고 있다. (중략) 이념과 갈등의 원천인 미국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을 찬양하고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반대로 미국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무조건적인 반미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을 이용한다는 용미(用美)도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길어야 10~15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정된다. 이후 미국이 어려워진다면 미국을 이용하는 것보다 한국과 미국을 일정 부분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붕괴 과정에서 어떻게 국가와 경제를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한국은 미국 시대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