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존 쉘비 스퐁 미국 감독교회(성공회)의 뉴왁 교구 감독으로 24년간 봉직하고 2000년에 은퇴하였다. 미국교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그가 흑인, 여자, 동성연애자들을 교회 생활에 완전히 참여시키는 운동의 선봉에 서왔기 때문이 아니라 "머리가 거부하는 것은 결코 가슴이 예배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철저하게 정직한 신앙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다윈과 프로이드 이후 전통적인 초자연적 유신론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 오늘날 교육받은 현대인들이 기독교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무신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전통적(전근대적) 기독교 신앙을 오늘날에도 정직하게 고백할 수 있도록, 성서, 예수, 하나님, 죄, 윤리, 천당과 영생의 문제를 새롭게 해명한다.
이처럼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이 내부적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내는 것은 일차적으로 존재에로 불러내는 것이 된다.... 하나님에 대한 과거의 정의들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으며, 과거의 상투적인 형태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피조물의 화려한 다양성을 보지 못하도록 막으며,... 모든 존재의 근거는 끊임없이 우리의 잠재성을 현실성이 되도록 불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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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죄 가운데 살지 않는다. 우리는 죄 가운데 태어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우리의 원조의 때를 씻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만일 세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얻지 못하는 타락한 피조물들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진화과정을 통해 등장했으며, 우리는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다. 우리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점은 우리가 그 길고 힘든 과거의 생존자들로서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짐에 대한 표지(sign)이다. 우리는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든 도킨스가 "이기적인 유전자"라 부른 것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일 따름이다. 즉 우리들이 생존경쟁에 직면하면, 우리의 고상한 본능마저 무너지고,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욕구들이 또다시 우리를 물고 뜯는 싸움에 끼어들도록 만든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타락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킬 구원자란 다윈 이전 시대의 미신이며, 다윈 이후 시대에는 헛소리(nonsense)이다. 피조물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의 타락한 세상에 들어온 초자연적 구원자란 유신론적 신화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를 그 구원자 역할로부터 해방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완전히 이런 이해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우리들 대부분은 예수를 훌륭한 선생이나 혹은 훌륭한 본보기로 환원시키는 것 이외에는 그에 대해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 체험이 단지 그런 것(훌륭한 선생이나 혹은 훌륭한 본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체험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 지에 대해 나는 의심한다. 그렇지만 신조 가운데 묘사된 예수, 즉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늘로부터 내려온 분"이라는 예수상은 오늘날의 세계에 더이상 먹혀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개념들은 뿌리를 뽑아 없애야 한다. 만일 그리스도 체험이 실재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그 체험에 관해 말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