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군산대학교 철학과 학술연구교수로 고려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인식론 비판과 진리의 문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로티 교수의 지도로 박사후 과정을 마쳤으며 저서로는 『리처드 로티』 『듀이&로티』 , 역서로는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 『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공역) , 논문으로는 「인권문제에 대한 로티의 실용주의적 관점」 「문화적 가치판단의 기준과 문학적 문화」 「소비문화와 자율성의 문제」 등 다수가 있다.
실용주의자들이 반플라톤주의적인 세속주의자라고 할 때, 이것을 일상인들이 생각하는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자들이 오로지 돈이나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속물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그 철학적인 내용에 대한 속물적인 몰이해에 기인한다. 여기서 말하는 세속주의란 좀 더 철학적인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면, 오늘날 미국의 보수주의를 점령하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에 반대하는 태도가 여기서 말하는 세속주의에 해당한다. 죽어서 얻을 수 있는 삶을 위해서 현세를 부정하기보다는 덧없는 현실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니체적인 관점을 실용주의자들의 세속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p.16-17
대개의 경우 정치적 구호로서의 실용주의는 탐욕스런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개고기 상점에 자본주의의 떡고물을 챙기기 위해 내걸고 있는 양머리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실용은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경쟁을 미화하는 단어이며, 경쟁의 낙오자들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무자비한 칼이다. 이런 의미의 실용주의는 스스로 최선책임을 자처하면서 다른 차선책을 용인하지 않는 실용주의라는 점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다.---p.19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와 잔인성의 감소, 자유의 확대라는 실용주의자들의 정치적 과제는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악화시키는 경제적 약자의 인권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정치체제로 인해 고통당하는 북한인민의 인권문제를 동시에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를 요구한다.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개선시키는 것을 지식의 목표로 간주하는 실용주의자들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태생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 진보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구현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극복해 나가는 실천의 문제이다.---p.48-49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 학벌주의, 지역주의 등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합리성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태도에 대해 실용주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적용해 본다면, 그것이 과학적 객관성에 근거한 합리성을 내세우는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것이 드러난다. 사회가 합리화된다는 것은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회가 더 효율적으로 된다는 것과는 사실 관련이 없다. 오히려 사회가 합리화된다는 것은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문명화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실용주의자들이 말하는 관용으로서의 합리성은 경쟁을 부추기면서,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놓을 것을 닦달하는 합리성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자유의 확대를 위해 차이를 인정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합리성이다.---p.54
실용주의적인 지식이란 현실에 순응해서 돈벌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처한 한계에 도전하면서,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창조적인 지식을 말하는 것이다. 대학이 실용주의적인 지식인을 키우고자 한다면,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능을 숙달한 직업적 전문가를 키울 것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문제해결 능력을 습득한 실천적인 지혜를 갖춘 전목적적인(all purpose) 지식인을 길러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