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모두 성을 내며 말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면서 왜 터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니?" "따돌림 당하는 걸 알면서도 왜 주위에서들 도와주지 않는 거니?" "그러고도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니?", 어쩌구 저쩌구.
우리들은 잘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자와가 말한 거처럼, 체면을 차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스타일 구겨지는 건 무조건 싫고 그런 짓을 한 자신이 죽기보다 더 수치스럽다고 생각한다. "오카노 좀 도와줘라"는 말을 들으면, 고마츠 녀석은 기다렸단 듯이 농구부실로 총알처럼 달려갈지도 모르지만, 난 그런 짓이 제일로 스타일 구기는 짓이라고 생각하며, 사실 '우정'이란 것도 나한테는 쪽팔리는 단어고, 그건 오카노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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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같으면 밖에서부터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뛰어 들어왔을 거다. 학학거리면서 아침부터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엄마에게 줄줄이 털어놓았겠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서는 못 배겼을 거다. 혼자만 가슴속에 비밀을 품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괴로웠고, 엄마가 이렇게 해라, 그건 하지 마라, 는 말을 따르면 대부분의 일들이 무사히 해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밀을 품고 있는 데서 오는 괴로움보다 입 밖으로 내는 번거로움이 더 싫다. 게다가 엄마의 "이렇게 해라", "그건 하지 마라"는 말은 나의 "이렇게 하고 싶다", "그런 건 하고 싶지 않다"와 늘 엇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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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뜨고 있잖아, 중학생들."
뜨고 있다는 표현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하긴 확실히 신문이나 TV뉴스에는 '중학생'이란 단어가 늘 등장한다. 집단 따돌림이나 등교 거부, 칼, 체벌 등 뭔가 그럴듯한 화제에만 동반되는 게 아니다. 중학생에 따라붙는 말들은 '감정폭발'이라든가 '거친 행동', '병적인', '피곤한', '마찰', '비뚤어진', '비명', 'SOS', '막다른 길', '질식'… 이온식 공기청정기의 설명서도 아니고 맨 인상 찌푸려지는 말들이 중학생이란 단어를 수식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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