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재단 패거리가 뭐라고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 무슨 소리냐고 캐물으려 벌린 복지 재단 패거리의 입에서는 반문 대신에 “어, 어!”하는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진 헬멧은 아래에서 손을 뻗쳐 기다리던 시체를 밟으며 깔아뭉갰다. 뿌직! 두개골 으깨지는 소리와 뭔가 질척한 것이 튀기는 소리가 동시에 났고, 헬멧은 곧장 가까이 있는 시체를 하단차기로 무릎을 분질러버렸다. 모로 쓰러지던 시체는 뒤이은 앞차기에 옆으로 무너진 자세로 붕 날려가며 시체 동료 몇을 볼링핀처럼 무너트렸다. 복지 재단 패거리의, 비명을 지르려던 입이 더 크게 벌어졌다. 헬멧은 주변의 시체를 몇 놈 더 걷어차서 간격을 벌려놓고는, 산책하듯 유유히 시체 사이를 거닐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슬아슬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시체들의 시선을 모으던 헬멧은 무리가 전부 자신을 쫓아오자,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 떼를 끌고 가듯이, 시체들도 그를 따라서 점점 멀어졌다. “이, 이게 무슨 일이래?” “봤어? 사람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잖아!” “로우킥 한 방에 무릎이 옆으로 꺾이더라……. 무슨 MMA 파이터야?” “좀비보다 더 무섭네…….” 너무 어처구니없는 위력에 복지 재단 패거리들은 잠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서로를 쳐다보며 황당함을 표했다. 정신을 차린 것은 지휘 역할을 하던 목소리 큰 여자였다. “채집반, 지금 가만히 뭐 해! 시간을 벌어줬으면 가야지! 지하철역으로 빨리 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