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죽은 다산 보다는 살아있는 다산을 만나기 위해 줄곧 걸었고 다산 벽癖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다산이 무작정 좋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그의 글을 읽기도 하고 그의 발자취 현장에서서 어살버살 거리는 소리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귀를 세웠다. 작약꽃 새순처럼 솟아올라 연부역강시절의 하늘을 찌르던 강왕함에 실수인지도 모르고 한 실수를 되작여보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왔는지도 톺아보았다.
이 전 글로는 『다산의 후반생(2010,돌베개)』이 있고 우리나라 토기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에 심취해 전국을 돌며 도자기사진을 찍었으며 두 번의 사진전시회를 연 바도 있다.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말이 만들어졌다. 객담같이 동네방네 사랑방을 기웃거리다 제각기 다른 말을 만나면 즉시 몸을 섞고 또 새로운 말들을 낳았고, 번설처럼 하늘의 말과 땅의 말, 귀신의 말이 되었다. 그 말들은 이따금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그녀의 귀에 박혔다. 말은 거듭날수록 자신이 담아내야 할 사실이나 진실과는 점점 멀어지는 운명을 사리물듯 물려받은 듯했다. --- p.76
가난은 몸으로 이겨나갔지만 비난은 때울 수가 없었다. 가슴으로 받은 비난은 옹이가 되었다. 그 옹이를 잘못 던지면 되돌아 올 터였다. 던질 곳이라고는 며느리들뿐이 없었다. 그 옹이가 며느리들 머리에 떨어졌다. 작은 며느리는 되던질 수 없음을 알았다. 그 옹이를 자신의 잘못인 냥 받아들여 사죄하며 말벗도 되고 서로 기대면서 슬기롭게 대처했고 굄 한 효녀가 되었다. 큰 며느리도 되던질 수 없음을 알아서 입을 봉했다.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게 홍씨에게는 더 얄밉게 느껴졌다. 큰 며느리가 집안에 들어오면서 좋지 않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아 더 미웠다. 계속 옹이를 품어야 했다. --- p.79
사람이란 결곡하고 고상한 척, 글깨나 읽고 큰체해도, 몸태에 가해지는 폭력 하에서는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난다. 만일 자신이 장비의 처가 되었거나 작부로 팔려갔을 때는 돌올한 색광을 만들며 미태술을 부리고, 만무방한 짐승처럼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 p.236
상투적인 말들이 더 뜨악하다. 의미 없는 말들도. 마음에 없는 억지웃음을 짓자니 입 가녘이 뒤재비꼬며 올라간다. --- p.266
회한이 가슴놀이 친다. 그녀 앞에선 왜 고양이 앞에 쥐가 되었을까? 생선 앞에 쥐가 되어야하는데. 수하의 왈패들과 움켜쥘 힘은 그의 손안에 있었고 물어뜯으면 피가 나오는 곱고 부드러운 피부밖에 없었는데. 무슨 특별한 생선이라고 예의를 찾고 아끼다가 날려버리다니. 고상한 선비인 척 그녀 앞에서 안하던 짓을 한 게 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