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별로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 없어서 못먹는 편이죠.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걸 고르라면 주저 없이 누룽지를 선택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누룽지 공주가 탄생하게 된 계기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거의 쓰러져 가고 있지만 한 때 제가 살았던 구룡포 시골집에는 무쇠로 만든 커다란 가마솥이 있었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하고 난 뒤에 물을 조금 부으면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솥 테두리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던 누룽지가 쫘자작하며 떨어져나옵니다. 꼭 석고본을 뜨는 것 처럼요. 맛있는 소리에 즐거워하며 얼굴보다 더 큰 누룽지를 들고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가마솥에서 목욕을 했던 기억도요.^^ 진우가 학창시절에 했던 쳤던 사고들은 사실 제가 실제 했거나, 혹은 하고 싶었던 행동들입니다. 어느 게 실제 일어난 일이고, 어느 게 픽션으로 만들어 진 것인지는 독자님들의 상상으로 남겨 둡니다.^^ 수정을 하는 지난 시간 동안 누룽지 공주와 함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진우와 선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해요. 바라만 봐도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드는 커플이거든요. 수정작업을 하면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모니터 해 주신 스카이님, 로설 사랑님, 그리고 우리 작가방 식구들! 고맙습니다. 신영미디어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2004. 9. 조아라
“권신애.” 아래층에서의 그 다정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주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래서일까,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과는 반대로 그 자리에 박혀 버렸다. 뒤에서 그가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가슴 어딘가가 옥죄이면서 턱이 살짝 파르르 떨리고, 쇼핑백을 든 그녀의 손 뼈마디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의 시선이 그녀 뒤통수에 흔들림없이 박혀 있었다. “권신애, 나 봐.” 감정을 억누른 어조로 그가 명령했다. 뭔지는 몰라도 그가 지금 단단히 화가 나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껏 그가 이렇게 그녀를 부른 적이 없었기에 신애는 침을 삼키며 더욱더 긴장했다. “나 보라고.” 간결하게 말을 끊은 후 다시 반복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신애는 결국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시선은 절대 올리지 않았다. 지금 그가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그의 얼굴 대신 바라본 그의 셔츠가 다시 보인다. 저 로고 문양을 이젠 다 외울 정도다. “……나 보라고, 했다.” 이제 정말 화가 난 건지 그가 이를 악물며 말하고 있었다. 그의 셔츠 위로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턱이 보였다. 다시 한 번 침을 삼킨 신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 보고 있잖아, 오빠.” “…….” 보라는 말이 뭘 뜻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보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대답해 버렸다. 잠시 조용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갑자기 진이가 큰 보폭으로 신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에 놀란 신애가 재빨리 뒷걸음을 쳤지만 단 두 걸음 만에 그녀를 따라잡은 그는 그녀의 팔을 쥐어 잡더니 강하게 그녀를 끌어 올렸다. 맥없이 끌려 올라오면서 그 반동으로 고개를 추켜세운 신애가 그제야 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가 마침내 그의 것과 마주쳤다. 분노 서린 그의 눈동자와. “이제야 보는군.” “…….”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그를 보며 신애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쳤다. 분노로 가득 찬, 그리고 어딘가 슬퍼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무서웠지만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가 없었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엉뚱하게도 문득 그의 눈이 참 예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그녀를 무섭게 내려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권신애, 날 너무 화나게 만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