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써 주는 사람 찾기가 힘드니 내가 써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던 글쓰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독하게 취향 타는 글들을 아껴 주시고 재미있게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신 후 돌아서서 조금이라도 여운에 잠기고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면 기쁘겠습니다. 힘든 일, 답답한 일도 많으시겠지만 언제나 웃음 잃지 마시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이 만들어 낸 환상인 줄만 알았다. “시, 아…?” 그런데, 그 환상이 말을 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목소리 그대로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 활짝 열려진 창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얼굴은 기억에 남아 있는 것과 똑 닮았다. 악몽이라면 질이 안 좋다. 이렇게 농락당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입을 열어 목소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언, 니…?” 그 말에 환상이 왈칵 눈물을 쏟아 내었다. 그 모습에 시아는 앞뒤 가리지 않고 언니에게 달려갔다. 싸늘하게 식어 있지만 틀림없이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두근거리며 뛰는 심장, 어깨를 적시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 서로를 으스러져라 껴안고 자매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그리고 - 기적 같은 재회의 기쁨에서 조금 정신이 들었을 때야 시아는 언니의 반신을 적시며 엉겨 붙어 있던 액체가 땀이나 눈물이 아니라 피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언니의 복장 역시 이상했다. 발끝을 가릴 정도로 기다란 보랏빛 원단에 은실로 화려한 무늬를 수놓은, 마치 성당의 사제복과 같은 고풍스러운 복식, 그리고 언니의 양 손과 이마를 장식하는 것은 이 어둠 속에서도 결코 그 광채를 잃지 않는 은테두리로 고정된 최고급 자수정. 진 미아 (眞 美兒). 실종 당시 나이 22세. 무려 1년을 증발한 듯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언니는 몇 번이나 다그쳐 묻는 질문에도 굳게 입을 다물고 고개만을 흔들 뿐이었다. 결국, 시아는 지난 1년 동안 언니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 어째서 사라졌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마저도 알아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