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난쟁이개미들은 아주 놀라울 정도로 매사에 실용성을 중시했다. 그들에게는 날개 달린 생식 개미가 없었고 결혼 비행도 없었다. 그들의 암개미는 땅 속에 있는 자기들 집에서 교미를 하고 알을 낳았다. 그럼으로써 각각의 도시는 알 낳는 개미를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마리씩 갖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 이점은 대단한 것이었고, 훨씬 더 커다란 강점이었다. 불개미 도시 하나를 괴멸시키려면 여왕개미를 죽이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난쟁이개미의 도시는 단 한마리의 생식 개미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알을 낳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난쟁이개미들은 영토를 확장하는 방법에서도 불개미들과 달랐다. 불개미들은 결혼 비행을 통해 되도록 먼 곳에 착륙한 다음, 냄새의 자취로 연방 내의 분가 도시와 다시 연결되는 데 반해서, 난쟁이개미들은 중심 도시로부터 조금씩조금씩 영토를 넓혀나갔다.
--- p.166
'아시게 되겠지만, 그건 당신이 기대하는 것이 전혀 아닐게요.'
공증인은 그 가옥이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르네상스 시대에 늙은 현인들이 거기에 살았으며 그 현인들의 이름은 이제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서 어둠침침한 복도로 들어섰다. 공증인은 어두운 복도에서 한참 더듬거리다가 누름 단추 하나를 헛되이 눌러보고는 투덜거렸다. '이런 제기! 이거 고장났구먼.' 그들은 요란하게 벽을 더듬으면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공증인은 마침내 문을 찾아내어 열더니. 이번에는 전기 스위치를 제대로 누르고 나서, 자기 고객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어디 편찮으시오, 웰즈 씨?'
'일종의 공포증이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벌써 한결 나아졌어요'
--- p.13
배가 리스본에 닻을 내렸을 때,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어있는 선원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선장은 컨테이너 안의 온도를 재 보았다. 온도계는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화물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 들어오는 항해 동안 냉동장치가 내내 작동하지 않았다. 그 선원은 단지 자기가 춥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었다. 그는 자기 혼자만의 상상 때문에 죽은 것이다.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p.140
무엇보다 나를 잡아 끈 것은 인간과 개미라는 두 다른 사고 형태의 만남입니다. 개미 사회는 인간 사회보다 훨씬 더 건실합니다. 개미 사회에서 노동은 전체의 3분의 1만이 할 뿐이고 나머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누가 누구를 탓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사회 갈등, 사유 재산, 죽음의 공포 그리고 종교적 광신주의도 없습니다.
--- p. 베르나르와의 인터뷰 중
도이치 학파와 이탈리아 학파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미들을 <인간의> 이해 체계 속에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석이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을 개미들의 삶과 비교하여 이해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인간을 개미의 이체 동종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미들의 특수성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흥미진진하지요.
--- p. 372
당신이 다음 네 줄의 글을 읽는 몇 초 동안,
-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 태어나고 있다.
-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