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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128*188*30mm
ISBN13 9791125831907
ISBN10 112583190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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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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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보자 바른은 취기가 사라졌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니?”
“뭐? 너도 취했니?”
말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상민의 진지한 표정에 그녀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니. 내가 보영이 마음 못 받아 주는 이유가 뭔 줄 알아? 그건 바로 너 때문이야. 만약 내가 보영일 거절하면 넌 아마 날 다시는 안 볼 거야. 그래서 보영이가 나 좋다고 했을 때도 차마 거절도 승낙도 못 했어. 둘 중에 어떤 결과가 되었든 넌 나하고 멀어지려 할 거니까.”
너무나 진지하게 얘기하는 그의 말에 바른은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몇 년을 친구로 지내면서 한 번도 그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본다고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상민아? 너…….”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니? 너 보란 듯이 보영이 사겨? 그럼 나중에 보영이 마음 다칠 건 뻔한데. 그래도 상관없니?”
상민이 자신에게 하는 얘기가 그의 진심임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은 그를 한 번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상민을 받아들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보다도 자신은 그를 어쩔 수 없이 속이고 있기도 하고. 순간 바른은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언제나 그녀의 마음속에 도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다른 남자에게 고백을 받으니 이제야 알게 되다니 망할.
“미안하다. 네 마음 몰라줘서. 하지만 난 너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우린 그냥 친구야. 만약 계속 나하고 친구라도 하고 싶으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 그러니까 이 팔 놓아주라.”
아직도 그녀의 팔을 잡고 있는 그에게 바른이 부탁했지만 상민은 이젠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끝까지 가야만 했다.
“아니. 이젠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
말을 끝내자마자 상민은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바른이 저항하자 이번에는 한 손으로 작은 그녀의 손을 모아 쥐고 그녀의 머릿속에 손을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자신의 머리를 바른에게로 내렸다.
“상민아, 왜 이러니? 싫어, 싫다고.”
“한 번만. 한 번이라도 내 마음을 이해해 주라.”
“상민아. 나 결, 결혼했다고 했잖아. 거짓말 아니야. 정말이야.”
상민이 잡고 있는 자신의 머리를 옆으로 돌리려고 하면서 바른이 계속 반항했다.
“정말 그런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싫으니?”
잠시 그녀에게 다가가기를 멈추더니 그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 여기까지 하지.”
갑자기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그 소리에 놀란 상민이 힘을 빼자 바른은 얼른 그에게서 벗어나 자신들 사이에 끼어 든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바른. 늦은 시간에 이런 애정 행각은 들키지 말아야지.”
“어떻게…….”
바른은 상민과 자신을 쳐다보는 도영을 발견하자 피가 몸에서 모두 빠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상민이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자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 우린 구면이지.”
바른이 흉부외과를 돌기 전에 이미 상민이 먼저 거쳐 갔기 때문에 상민과 도영은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다.
“네. 선생님도 여기에 사시는지 몰랐습니다. 밤에 좋지 못한 모습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렇지. 좋은 모습은 아니지.”
상민은 저 멀리 자신에게서 떨어져 있는 바른을 발견하자 그녀에게 걸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도영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시 나갈 건가?”
“아, 아니요.”
도영의 말에 당황한 바른이 말을 더듬었다.
“그럼 들어가지.”
도영이 앞장서서 걸어가자 바른도 걸음을 옮겼다.
“바른아.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
상민이 다급하게 바른을 불렀다.
“상민아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지금은 말고.”
도영에게 보이고 싶은 않은 모습을 보여서 바른은 안절부절 못했다. 하고 많은 모습 중에 필이면 꼭 이럴 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아니. 난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어. 너의 그 거짓말 이젠 모르는 척하고 싶지 않다고.”
상민이 다시 걸어 와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도영이 먼저 바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지금 뭐하나? 바른이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한 거 같은데.”
그의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었다.
“아무리 치프님 이라고 해도 개인의 사생활까지 관여하시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됩니다.”
상민도 도영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눈을 피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너 미쳤니?”
“지금 월권이라고 했나? 사생활? 훗. 어쩔 수 없군. 그 사생활에 내가 관여가 되어 있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겠는데. 왜 자넨 바른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바른이가 결혼했다는 얘긴 진짠데.”
도영이 바른이라고 발음하는 것조차도 신경 쓰이던 상민의 귀에 친근하게 바른의 이름을 다시 말하자 그도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바른이가 이미 결혼을 했단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대학교 내내 같이 지낸 친굽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제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한 번도 바른이는 남편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고 보여 준 적도 없으니까요.”
격앙된 듯 목소리를 올리는 상민과는 반대로 도영은 아직도 시금털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랬겠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 했으니까.”
바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도통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바른이에 대해 잘 아십니까? 혹시 바른이 하고 친척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상민의 질문에 잠시 시간을 끌던 그가 얼굴에 살짝 비웃음을 담고 대답했다.
“친척? 음.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내가 바로…….”
“잠깐만요.”
“남편이거든.”
바른이 서둘러 도영의 말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말을 뱉고 말았다.
“……그게……정말입니까?”
상민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상민아?”
바른이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도영이 그녀의 손을 잡고 끌었다. 바른은 굳어 있는 상민을 보았지만 도영은 그녀를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손에 힘을 더 주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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