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누구 편을 들고, 누구를 감싸주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이번에는 아키코 선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은 주임님께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목소리가 몹시 까칠했지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키코 선배 같은 여자가 아니다. 오직 그 점을 그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가 말을 끝내자 주임의 얼굴에 차분한 미소가 번졌다. 내 말에 감동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 심중을 알고 안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마워."
그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했다. 내가 "고맙기는요."라며 고개를 내젓자, 그는 어린애를 달래듯 "고마워. 혼다 씨의 마음, 정말 고마워."라며 웃었다.
솔직히, 그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에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 회사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그래, 아마 아키코가 실수한 걸 거야. 아니, 틀림없이 아키코 잘못이겠지. 혼다 씨 말이 맞아. ... 다만, 뭐랄까, 남녀란, 늘 어느 한쪽이 잘못하니까, 이렇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질투에 날뛰기도 하고, 고통스러워 울기도 하고, 그러는 거겠지. 이번 일은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혼다 씨 말대로 아키코가 실수했어.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심한 일이지만, 그 실수만 하는 여자를 미치도록 좋아하니, 어쩔 도리가 없단 말이지...."
우리 둘의 대화가 주위에 어느 정도 들렸는지는 알 수 없다. 시끌벅적했으니까, 그 소리에 지워져 드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안도 주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뚜렷하게 들렸다. 그렇게 잘 들렸기에 용기를 낸 내가 불쌍해서, 잘난 척 주절댄 내 자신의 말을 바닥을 기어서라도 주워담고 싶었다.
--- p.89
메구미는 다시 한 번 다짐하고는 자신이 왜 남자 운이 없는지 그 이유를 말한다.
"둘,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셋, 대체로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늘 친구들 상담에만 응해주다 보니까, 아는 것만 많아진 게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다음이 네번째죠, 의외로 가족 관계는 좋아요. 이거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가정 환경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메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모호하게 "그런가?" 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음이 다섯이죠? 부끄럽지만, 첫 경험은 열아홉 살, 고등학교 졸업하고 겨우... 그것도 허겁지겁..."
갑작스러운 고백에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 메구미도 상당한 용기를 내서 고백한 듯, 귀까지 새빨갛게 물이 들었다.
나는 끝까지 듣고 싶어, "그래서, 나머지 다섯 개는?" 하고 물었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