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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고양이 탐정
중고도서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정명섭 | 다른 | 2017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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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2g | 140*210*14mm
ISBN13 9791156331827
ISBN10 11563318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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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타고난 탐정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더할 나위 없는 탐정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탐정처럼 생겼고, 탐정처럼 행동했다. 수식어도 필요 없었다. 한때는 완전무결하다는 뜻으로 ‘완벽한 탐정’이라 불렀다. 가끔 줄여서 ‘완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의뢰인 중 한 명이 귀가 어두웠는지 탐정의 소개를 듣고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네? 완탕이요? 저 그거 완전 좋아하는데.”
그 후 탐정은 더는 ‘완벽한 탐정’이나 ‘완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단지 ‘탐정’이라고만 했다. 그리고 더없이 완벽하고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그 완벽함이 탐정의 발목을 잡았다. --- p.8

“고양이가 내는 소리가 더 시끄러울까요? 아니면 아까 그 찌질이 아저씨가 더 시끄러울까요? 새벽에 술 처먹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서 사람들 잠 깨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뭔가 불만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요.”
“맞아요. 근데 사람이 소리 내는 건 괜찮고 길고양이는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어요? 사는 게 팍팍하기로는 길고양이가 사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요.” --- p.36~37

“진실은 늘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탐정에게는 진실을 찾는 게 일이야. 아니, 그렇게 믿었지. 하지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히려 사람들에게 슬픈 일이 찾아왔단다. 한동안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거 아닌가요?”
미간을 찡그린 채 탐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그렇지만 더 힘든 상황에서 정신 차리고 사는 사람들도 많아. 확실한 건 이거야. 진실을 밝힌다는 건, 사람들을 벌거벗기는 것과 같단다. 사람들은 진실이 다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그래서 탐정 일이 힘드세요?”
“일이 힘든 적은 없었어.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지.” --- p.73~74

주변을 천천히 살피던 탐정은 머릿속에 동네 지도를 떠올려 봤다. 골목길과 건물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그는 자신이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는 상상을 했다.
‘난 지금 허겁지겁 나와서 마음이 불안한 상황이야. 하지만 집에서만 지내서 숲속은 낯설지. 큰길 쪽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차 소리와 사람 소리가 들려서 차마 못 가겠어. 그렇다면 남은 건 골목
길뿐이야. 사람도 적고, 조용하잖아. 그래 결심했어. 그런데 어디로 가지?’ --- p.81

“길고양이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자 성아영이 눈이 촉촉해졌다.
“알아요.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사람 때문에 생겨났다고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버린 게 원인이 된 거죠. 거기다 사람들이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개체수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거예요. 특정 지역에서 길고양이들을 다 죽이거나 쫓아낸다고 해도 오래 못 가요. 다른 지역에 있던 길고양이들이 넘어오니까요.”
“결국 공존해야 한단 말이군요.”
“저는 공존이라는 말도 싫어해요. 마치 사람이 고양이에게 같이 사는 걸 허락해 주는 느낌이잖아요. 그냥 사람이 사는 것처럼 고양이도 살 자격이 있어요.” --- p.86~87

“일단 너는 임성순을 미행해.”
“내가 무슨 짭새도 아니고, 어떻게 미행을 해요?”
“그냥 먼발치에서 뒤따라가. 어차피 멀리 안 갈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슬리퍼 신고 나왔잖아. 거기다 빈 담뱃갑을 버린 걸 보면 담배도 저거 하나밖에는 없단 뜻이야. 아마 걸어서 갔다 올 만한 곳일 거야.”
“미행해서 현장을 덮쳐요?”
예나의 물음에 탐정이 빙그레 웃었다.
“그랬다가는 진짜 영화처럼 된다. 그러니까 어느 곳으로 들어가는지만 확인해. 그럼 나중에 조사해 볼 수 있으니까.”
“그럼 아저씨는 뭐 할 건데요?”
“저기, 임성순의 집을 살펴봐야지.”
“으, 장판 밑에 고양이 뼈다귀가 있다든지 그런 건 아니겠죠?”
--- 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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