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빛에 영웅은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지닌 3개의 홀 중 하나를 볼 수 있었다. 흑점이었던 3개의 홀 중 한 곳에 존재가 들어앉아 있었다. 거대한 존재가 들어앉은 홀은 더 많은 존재로 채울 수 있다는 듯 넉넉함을 자랑했다. 같은 존재로 하나의 홀을 채울 수 있다. 영웅은 힘의 각성을 위한 수면기간 동안 배웠던 바를 떠올렸다. ‘이것은 오거. 그렇다면 오거로만 첫 번째 홀을 채울 수 있다는 뜻.’ “영웅아. 괜찮니?” 율곡 선생은 멍한 표정을 짓는 소년의 모습에 불안한 듯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상념에서 깨어난 영웅이 목이 마른 듯 침을 삼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저 죄송하지만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그래, 알았다. 대만아!” 반장 정대만이 재빨리 수통을 건넸다. 영웅은 물을 들이켰다. 차갑고 시원한 맛이 그 어떤 것 보다 맛나고 달았다. 커다란 수통의 절반을 숨 한 번 쉬지 않고 들이킨 영웅은 조금은 살겠다는 표정을 짓고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경악과 질시 부러움 등등 복잡한 감정들이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났다.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사람들의 부러운 듯한 눈빛에 영웅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왕따를 당하면서 언제나 힘을 갈구하였던 소년이다. 그러나 태생이 허약하게 태어났고 발육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것은 언제나 꿈속의 한 조각에 머물다 아침이 되면 사라지곤 했었다. “그 그럼 그 몬스터. 아니, 오거 킹을 네가 부릴 수 있다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