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 추억과 약속은 의미가 전혀 다르겠지'
선생의 얼굴을 보았다. 빛의 샤워를 받은 그 온화한 얼궁의 투명한 피부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선생의 눈동자를 가만히 엿보았다.
'그렇지만 그 미래에는 희망이 별로 없어요.'
선생은 미소를 거두었다.
'내게는 고통스런 미래지요.'
'...희망이 적건, 고통스럽건,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한 포기해선 안 돼.'
--- p.48
아가타 쥰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리는 그 웃음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쥰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아마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 번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더라도...
--- 본문 중에서
"아오이 없어"
놀라면서 그냥 수화기를 놓았지만, 남자의 그 목소리가 언제까지고 귓가를 맴돌았다. 아오이 없어, 과연 그 말은 무슨 뜻일가. 처음에는 외출하고 없다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오이는 여길 떠나고 없다, 라는 의미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뚜렷한 근거는 없다. 남자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자포자기적으로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 p.205
"아오이 없어"
놀라면서 그냥 수화기를 놓았지만, 남자의 그 목소리가 언제까지고 귓가를 맴돌았다. 아오이 없어, 과연 그 말은 무슨 뜻일가. 처음에는 외출하고 없다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오이는 여길 떠나고 없다, 라는 의미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뚜렷한 근거는 없다. 남자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자포자기적으로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