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를 보는 두 개의 시각
사실 바르가스 요사는 소설에서 안데스를 귀신들이 날뛰는 그로테스크한 공간으로 그리고 있다. 플로레스 갈린도 같은 인디오주의자가 그리는 유토피아적 이미지와는 정반대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쎈테로 루미노소 세력에 의한 애꿎은 죽음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멀리 잉까시대의 인신공양이란 제의와 연결딘다. 1980년대의 혁명적 폭력이란 과거 잉까사회에 제의화된 폭력이 다시 살아난 것에 다름 아니다. 바르가스 요사는 자본주의적 근대화만이 문명화 작용을 통해 안데스의 미신과 폭력숭배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는다. 안데스 농민들의 세계를 목가적으로 그리는 인디오주의자들은 이 소설가에겐 정신나간 이데올로그들일 뿐이다.
이런 거물작가 바르가스 요사가 대통령 후보로 나올 1989년 당시 플로레스 갈린도는 페루의 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잉까를 찾아서'란 기념비적 저작을 막 출판해 학계와 지식인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안데스의 역사에서 유토피아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탐구한 저서였다. 그는 안데스의 민중전승이 업압적인 역사적 현재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포착했다. 정복과 대재난, 수차례의 반란, 독립 이후에도 지속되는 억압에도 안데스 농민들은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화를 지켜왔다. 신화는 대안적 사회를 꿈꾸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p. 91 - 92
--- p.91-92
'생의 찬가'로 잘 알려진 비올레따 빠라. 그녀는 농촌이 도시의 팽창에 움츠려들고 있던 1950년대에 이 남부 농촌의 노래를 채집하여, 미국의 팝이나 멕시코 란체라 음악이 휩쓸고 있는 싼띠아고의 방송가에 잔잔한 파문을 던졌다. '우리 칠레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살아 있구나!' 사람들은 놀랐다. 민속의 재발견. 그리고 이에 기반한 새로운 음악의 생산, 그로 인한 '칠레인 됨'에 대한 새로운 자각, 이 모든 것은 적어도 비올레따 빠라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았을 작업이었다. 그런 점에서 빠라는 음악적으로 '칠레인 됨'을 표현한 최초의 가수이자 작곡자 겸 시인이었다.
--- p.178
길을 물어보니 무뚝뚝하고 짧게 답해준다. 짧지만 비교적 정확하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 장황한 설명을 듣지만, 결국 길 가는 이는 미로 속에서 헤매게 된다. 이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남미 어디에서든지 남발하는 '감사합니다.(Gracias)' 란 말도 이곳에선 도무지 들을 수 없다. '그라시아스'라고 말할 때 멕시코 사람들은 반드시 '뭘요 (De nada)라고 맞장구 치지만, 이 곳 사람들은 '야(ya)' 하고 뒷끝을 살짝 올릴 뿐이다. 언어의 경제성을 지나치게 추구해서 그럴까? 이방인인 나에겐 다소 불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 p.140
<생의 찬가>는 자신의 생에 대한 회한을 깊이 담고 있는 유서이자, 차라리 엘레지에 가깝다. 권총 한방으로 그녀는 자신의 절망을 조용히 끝냈다. 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앙꾸드의 선창가를 거닐며 그녀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기억해내곤, 날카로운 금속성 목소리가 뿜어내는 불같은 정열과 그녀 특유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우리에겐 왜 이런 불같은 가수가 남아 있지 않은 걸까?
삶에 감사한다네,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거든
내가 이를 열어보니 두 개의 빛이 있더군
난 검은색과 흰색을 확실히 구분한다네
하늘 높이 별빛 가득한 심연 속에서도
사람들의 무리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확실히 찾을 수 있다네
(...)
삶에 감사한다네,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거든
웃음도 주었고, 눈물도 주었다네
그래서 난 행복과 슬픔을 구분한다네
난 이 두 가지 물질로 내 노래를 짠다네
그대들의 노래가 바로 내 노래라네
모두가 부른 노래가 바로 내 노래라네
삶에 감사하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네
--<생의 찬가>
--- pp.179-180
<생의 찬가>는 자신의 생에 대한 회한을 깊이 담고 있는 유서이자, 차라리 엘레지에 가깝다. 권총 한방으로 그녀는 자신의 절망을 조용히 끝냈다. 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앙꾸드의 선창가를 거닐며 그녀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기억해내곤, 날카로운 금속성 목소리가 뿜어내는 불같은 정열과 그녀 특유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우리에겐 왜 이런 불같은 가수가 남아 있지 않은 걸까?
삶에 감사한다네,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거든
내가 이를 열어보니 두 개의 빛이 있더군
난 검은색과 흰색을 확실히 구분한다네
하늘 높이 별빛 가득한 심연 속에서도
사람들의 무리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확실히 찾을 수 있다네
(...)
삶에 감사한다네,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거든
웃음도 주었고, 눈물도 주었다네
그래서 난 행복과 슬픔을 구분한다네
난 이 두 가지 물질로 내 노래를 짠다네
그대들의 노래가 바로 내 노래라네
모두가 부른 노래가 바로 내 노래라네
삶에 감사하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네
--<생의 찬가>
--- pp.17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