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느비에브가 나에게 말했다. <폴과 리디아를 두고 사람들이 수군거려요. 나는 그 소문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어요. 하지만 질베르, 당신에게 한 가지 말할 게 있어요. 당신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요. 폴과 리디아에 관한 그 소문은, 방금 말했듯이 내가 보기엔 근거가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리디아와 헤어져요.>
--- p.38
우리의 행복은 우주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 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 p.36
샤를 앙리는 매일같이 따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료함을 풀어 볼 양으로, 암컷들을 하나하나 제 것으로 만들고 그 명단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정복된 암컷들이 상당한 수에 이르자, 그는 호기로운 외침을 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온 닭장에 명성이 자자한 바로 그 외침이었지요. 그런데, 한 쌍의 비둘기인 마르땡 내외를 보게 되면서 그의 마음에 그늘이 생겨습니다. 그는 그들을 측은하게 생각했는데, 그들 역시 그를 측은하게 여기는 듯했지요. 그들의 행복 앞에서 그의 자만심이 무색해 지고 말았습니다.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보고 그 비둘기 내외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나 짓기로 했습니다.<두 비둘기는 금슬이 아주 좋았습니다.>라는 구절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새롭게 싹튼 자기의 재능에 감탄한 나머지 그 유명한 외침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는 그 첫 구절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두 비둘기는 금슬이 아주 좋았습니다.....>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만으로는 아직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씁니다. 실망을 느낀 그는 제 것으로 만든 암컷들의 명단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 p.10
도서관 창문 너머로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안에 있었다.그녀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들어가야 할 문을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마음 속은 적잖이 켕겼다.
--- p.50
너는 기분이 좋으면 멍멍하고 짖지. 화가 났을 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짖곤해. 그러나 너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네가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는 별로 많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너와 달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그 좋은 기분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 싱긋거리거나 껄껄거릴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엉엉 울 수도 있어.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허허 웃는 것까지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그 이치는 아주 복잡하고 대단히 혼란스러워.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너는 착한 개야. 그리고 내가 개를 좋아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네가 고양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 p.80
내 친구 폴과 아주 유쾌한 점심식사를 하고 막 헤어진 참이었다. 적어도 내 애정의 20%는 쏟앗을 그 정다운 시간의 여운에 흠뻑 젖은채, 나는 글라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70%의 애정을 기꺼이 바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쒸잔과 좋은 사이로 남아 있는 것을 그녀가 허락하는 경우에 한해서 였다. 나는 쒸잔에게 내 성공의 50%를 빚지고 있고, 따라서 그녀에게 50%의 애정을 바쳐야할 의무가 있다. 쒸잔,그녀는 어떨까? 그녀는 내가 40%의 애정을 로르에게 쏟는 것을 용납해줄까(로르는 로랑의 누이인데 나는 로랑에게는 25%의 애정을 쏟고 있다.)? 때로는 그런 타산에 싫증이 난다. 지긋지긋하다. 더 이상 견딜수 가 없다.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p.14
그녀는 얼마 전부터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거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버릇없는 응석받이일 뿐이라면서 자기가 어른스러워지려면 남자 때문에 아픔을 겪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떠나기를 결심하고, 내가 그녀에게 가져온 커다란 장미꽃 다발을 냉정하게 창 밖으로 던졌다. 장미 가시들이 내 왼손에 상처를 냈다. 나는 속이 거북했다. 그녀가 갖다 준 브랜디 때문에 심하게 욕지기가 났다. '지금 나는 이 여자를 잃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본문 중에서
그녀는 겉멋만 잔득 든 멍청한 녀석과 팔짱을 끼고 있엇다. 나는 그녀가 나를 보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그녀를 알아보았다는 기색은 털끝만큼도 내비치지 않았다. 마침,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 하나가 택시에서 내려 길 건너편의 어떤 가게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보!'라고 소리치며 길을 건넜다. 그날밤 텔레비젼을 보는데, 프로그램들은 그날따라 더욱 재미가 없고, 기분은 그저 처량하기만 했다.
--- p.20
<자네는 남들한테서 무슨 말을 듣거나 무엇을 보게 되면 그것을 너무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는 게 탈이야. 그런 단계를 넘어서야 해. 요모조모 더 따져 볼 줄 알아야지. 노력해 보라고.>내 친구 조르쥬가 말했다. 나는 노력해 보았다. 그 결과 즉석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20년 동안 친구라고 사귀어 온 자가 알고 보니 지독한 바보였다는 것이다.
--- p.32
<자네는 남들한테서 무슨 말을 듣거나 무엇을 보게 되면 그것을 너무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는 게 탈이야. 그런 단계를 넘어서야 해. 요모조모 더 따져 볼 줄 알아야지. 노력해 보라고.>내 친구 조르쥬가 말했다. 나는 노력해 보았다. 그 결과 즉석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20년 동안 친구라고 사귀어 온 자가 알고 보니 지독한 바보였다는 것이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