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와 헤어진 지 반년이다. 상실감은 나츠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표면적으로나마 아무 탈 없이 생활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루이와의 정사가 나츠메에게 남긴 것은 봇물이 쏟아진 듯 무수한 기억이었다. 자신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한때의, 사랑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 나갔던 한때의, 본질적인 기억이었다.
그러나, 정사는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나츠메가 그것을 끝내기 전에, 모든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중에서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서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 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