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나무와 풀로 작은 집도 지었어. ……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가 팔 걷어붙이고 함께 일을 했어.
--- p.20

이렇게 세상을 만든 여신을 대모신이라고 해. 여성들이 새로운 생명을 낳는 것처럼 여신이 우주를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 p.27

(고구려 유리왕) 아버지를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란다. 그런데 왜 아버지를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가 곳곳에 있을까? …… 지배자가 된 남성들은 자기의 뒤를 이어 힘과 재산을 불리고 지킬 사람이 필요했어. 그러니까 그 아버지의 뒤를 이을 아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해진 거야.
--- p.58

(발해) 홍라녀 전설은 무려 13가지나 돼. 발해가 멸망한 뒤에도 홍라녀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왔어. …… 발해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텐데 그 가운데 여성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야.
--- p.81

(고려) 귀족 여성이라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구나. 다른 귀족 여성들은 장사를 하거나 고리대금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네. 고려 시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 p.105

(조선) 더 흥미로운 것은 신사임당의 부모뿐만 아니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그랬다는 사실이야. 신사임당의 외할아버지 이사온도 결혼한 뒤 처가에서 딸을 낳고 살았지. 그러니까 신사임당이 태어나고 자란 집은 외할머니 때부터 살았던 곳이야.
--- p.115

(개화기) 양반 여성들뿐만 아니라 평민 여성들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 희준이는 학교 가는 일이 당연하다 못해 가끔은 지겹기도 하겠지만 어렵게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여성들은 …… 동무를 만나고, 글자를 배우고. 참 가슴 설레지 않았을까?
--- p.170

(일본군 위안부)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군대 위안부 문제를 몇몇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한 마디도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는구나. 그래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떳떳하게 밝히고 이 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라고 분명하게 말한 거야.
--- p.211

(6·25 전쟁) 엄마가 할머니들을 찾아가 취재한 기록이란다. 할머니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총알이 빗발치는 곳만 전쟁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곳도 전쟁터나 다름없구나.
--- p.221

행복한 가정도 어느 한 가지 모습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할머니와 살든, 엄마가 다른 나라 출신이든 다양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해. …… 나와 다르다고 해서 손가락질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행복을 빼앗는 거야.
--- p.270

1964년에는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리틀 미스 코리아 대회도 열렸어. ……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미인 대회는 백 개가 넘을 정도로 많았어. 1990년대 들어 미인 대회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어. 외모만 중시하는 여성상을 바로잡기 위해서였어.

<b>마고할미부터 안티 미스 코리아까지 <br/>『한국 여성사 편지』는 우리 역사를 꾸려온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b><br/> <br/>어린이 한국사 책에는 여성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특히 통사책은, 왕이며 벼슬아치며 장군들까지 온통 정치에 참여했던 남성 영웅들뿐입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뢰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현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br/>여성사를 전공한 필자 이임하 선생님은, 한국사 속의 여성들을 찾아내어 여성이 빠져있던 반쪽의 역사를 채워줍니다. 또한 『한국 여성사 편지』는 여성뿐만 아니라, 역사에서 제외시켜온 평민, 농민, 어린이, 이주노동자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함께 살아왔고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인 역사책입니다. <br/>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 차별’ <br/>여자들에게 하지 말라는 금기가 가득하던 조선 시대 후기. 그 시대가 백여 년이 지났지만, 그 잔재는 현재에도 남아 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자가 ~, 여자가 ~’라는 말을 자주 쓰며, 이에 따라 사람을 평가합니다. <br/>2009년 1월 서울교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초등 교과서 삽화에도 ‘성차별’이 많습니다. 과목에 따라 등장하는 남녀 비율부터 차이가 납니다.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남성이 세 배 정도 많이 등장하는 반면, '실과'에는 여성이 좀더 많이 등장합니다. 직업의 종류는 어떨까요? 남성은 대통령, 정치인, 법률가, 교수, 의사, 예술가, 종교인 등 지도층 인사이고, 여성은 주로 교사, 간호사, 은행원 등입니다. 사랑 표현에도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입니다. <br/>중고등학교 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치나 과소비를 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모피코트 입은 여성이고, 온가족이 식사하는 그림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사람은 엄마뿐입니다. <br/><br/>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자라서 남자라서 나이가 어려서 얼굴색이 달라서 가난해서 등등의 이유로 차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r/><br/><b>‘여성사’를 왜 읽어야 할까요? </b><br/><br/>성 차별 의식은 성폭력이나 법의 차별 등 실제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폭력 예방 교육, 법령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여성 스스로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br/>여성관과 남성관은 우리 사고에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가 버립니다. 살림이나 출산을 경시하고, 그 일을 주로 맡아온 여성의 역사를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살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출산’은 인류를 이어왔습니다. 이제 한 발씩 인식을 바꾸어 갈 때입니다.<br/><br/><b>『한국 여성사 편지』를 통해 한국사 속 여성들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b><br/><br/>『한국 여성사 편지』는 한국사에서 빠져 있던 역사 (소외시켜 온 인물)를 채워주는 역사책입니다. 주몽과 함께 유화를, 혁거세와 함께 알영을, 김수로왕과 함께 허황후를 알려줍니다. <br/>『한국 여성사 편지』는 왕과 전쟁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정치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사입니다. 의식주의 변천, 결혼 관계의 변화, 여성의 지위에 대한 시대별 인식 등을 다룹니다. 이로써 모든 어린이들은 여자와 남자는 선사 시대부터 함께 살아왔다는 것, 역사에는 매우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 다양한 삶은 모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br/><br/>『한국 여성사 편지』는 여성의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삶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 스스로 삶을 바르게 보는 지혜를 줍니다. 더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가치관을 갖게 도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