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는 세훈 쪽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광이 비춰져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좋아해.” 느릿하게 말하는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다. 세훈이 자신의 귀를 의심함과 동시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려고 하는데 민후의 말이 이어졌다. “……라고 해.” “엥?” 막 기대를 하려던 참에 김이 새버렸다. 허허허허- 하고 웃을 수밖에 없다. 저런 시시한 농담은 안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농담이죠?” “존댓말 하는 거 거슬린다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거슬렸을 뿐인가 보다. 별로 호오에 민감하지는 않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렇게나 거슬렸을까 싶다. 속으로 치사해- 하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민후를 보고 말했다. 예전에 민후의 이름을 불러 보려고 했을 때처럼 긴장된다. 아까는 기습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민후가 이쪽을 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해- 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떨려 온다. 창가에 걸터앉아 창틀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좋아해-.” 다시 한 번 말했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이번에도 보지 못했다. 웃어줬을까. 아니면 평소와 다름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을까. “이거면 되나요?” 방심하고 있으니 곧바로 다시 존댓말이 튀어나왔지만 민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 저 말이 듣고 싶었다. 좋아해- 라는 말. 세훈에게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혼자 멋대로 상상했다. 그런 상상을 하는 자신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설레었다. “응. 그거면 돼.” “…….” “다시 한 번만 말해줄래?” 민후의 요청에 세훈이 미소 지었다. “몇 번 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