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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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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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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64g | 128*188*17mm
ISBN13 9791196270278
ISBN10 119627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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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십 년 사이의 사회학이나 철학, 현대사상이라 불리는 영역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사람들 사이에 너무 확실히 선을 긋지 않는 것, 그런 경계선을 뛰어넘거나 오가거나 혹은 해체하거나 없애는 개인의 다양성이나 유동성, 복잡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구태여 그런 경계선의 ‘이쪽 편’에 확실히 서서 경계선 건너편을 바라보고, 경계선과 함께 서서 경계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 p.23

일본과 오키나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말해 차별적인 관계다. 차별이란 무엇일까? ‘다 똑같다고 치부하는 것’이다. 개인의 살아가는 방식이나 경제력, 가치관 등 개성이나 다양성은 무시하고 다 똑같다고 치부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주 간단히 말하면, 이쪽 편과 저쪽 편 사이에 자의적인 경계선을 그어서 구별하고 저쪽 편 인간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벌어진다. 경계선을 긋는 것, 벽을 쌓는 것이 차별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이다. --- p.24

그는 몇 번씩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군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키나와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왔어요. 아침에 조깅을 하면 늘 똑같은 미군 해병과 만납니다. 그 사람이랑은 친구예요. 이렇게 이야기하던 그였지만, 또 다른 날에 평범하게 한잔하고 있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잊었는데 문득 오키나와는 정말 식민지니까요, 하는 것이었다. --- p.75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 조사자의 신체는 ‘본다’. 이윽고 이야기가 시작되면 ‘듣는’ 신체가 된다. 우리는 구술자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다. 그리고 만일 운 좋게도 조사를 어느 정도 심화시킬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사자가 ‘이야기하는’ 쪽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마지막에 ‘쓰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사자는 현장의 ‘청자’에서 이번에는 ‘필자’가 된다. --- p.162

대학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오키나와 사회를 연구 주제로 잡고부터 오키나와에 대해 쓸 수가 없어졌다. 기지나 경제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 쪽인 나이차가 오키나와에 대해 무엇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하게 됐다. 나는 서서히 ‘오키나와가 좋다’는 감정에 뚜껑을 덮었다. 오키나와를 좋은 곳이다, 좋아한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금지했다. 그것은 나이차가 제멋대로 품는 로망이다. 이쪽이 제멋대로 품는 망상도 있지만, 또 동시에 그곳은 정말로 좋은 곳이라는 실감과 신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실감이나 신념을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는 오키나와를 욕망하는 식민주의자가 되고 만다. --- p.182

우리는 오키나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곳이 일본 안에 있으면서도 일본과는 다른, 내부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규격화와 균일화가 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모든 지방들 가운데 오키나와는 그 독특함이 짙게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다. 오키나와는 우리의 거울이다. 그것은 반전된 일본이다. 우리가 오키나와를 입을 모아 칭찬할 때 무의식적으로 반드시 일본을 깎아내리고 있다. 오키나와를 비판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반드시 일본을 기준으로 놓는다. 즉, 우리는 아무도 오키나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일본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오키나와는 훌륭한 곳이다―일본에 비해. --- p.192

우리는 오키나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오키나와를 가로지르는 경계선 바로 위에서 경계선과 함께 그 경계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의 독자성을 단순한 레테르나 이미지로 환원하지 않을 것. ‘저항하는 우치난추’ 같은 안이하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그만둘 것. 오키나와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기지조차 받아들이는 복잡한 의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려낼 것. 아직 발명되지 않은, 오키나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이 분명 존재할 터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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