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써 주는 사람 찾기가 힘드니 내가 써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던 글쓰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독하게 취향 타는 글들을 아껴 주시고 재미있게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신 후 돌아서서 조금이라도 여운에 잠기고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면 기쁘겠습니다. 힘든 일, 답답한 일도 많으시겠지만 언제나 웃음 잃지 마시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황후마마….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옥죄이듯 아파 왔다. 당장이라도 달려간다면 손에 닿을 것만 같은 그 등이 돌아서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그 눈동자에 담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게 서러워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다. ―네가 화영(花影)이냐…? 그래서 처음으로 말을 건네졌을 때,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자신이 꿈을 꾸는 건지, 공상이 지나쳐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순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똑바로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네, 황후마마…. 예상외로 대답은 물 흐르듯 나왔다. 그러나 그에 탄식하듯 작게 내뱉어지는 한숨. 그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 하자, 머리카락에 부드러운 손끝이 닿았다. ―…닮았구나…. 그 ‘닮았다’는 상대를 짐작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쌍둥이니까요. ―그래, 그렇지…. ―황후마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무릎을 꿇어 자신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춘 그녀는 금세라도 울고 싶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영아, 내가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느냐? ―부탁이요? ―그래…. 다름이 아니라, 현(賢)이에 관한 일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동생의 이름에 시야가 무심결에 흔들렸다. 이를 악물어 상처를 감추고 담담히 물었다. ―제가 뭘 해 드리길 원하세요? 사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화영아, 현이를 지켜 주겠느냐? 네가 그 아이의 그림자가 되어, 상처받지 않도록 나 대신에 지켜 주겠느냐…? 그러나 사실은 예측이 어긋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마께서 그리 원하신다면. 잔잔한 호수의 표면에 파면이 번져 가듯이 검푸른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마치 울고 싶어 하는 듯, 그녀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었다. ―…! 손이 얼굴에 닿자 그녀가 놀란 듯 시선을 올렸다. 그 시선에 이 사람은 정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라고 깨달아 버렸다. ―딸랑 다시 한 번 방울이 울려 추억 속을 헤매고 있던 정신을 현실로 되돌렸다. 가만히 그 은빛의 장신구를 한 번 더 바라보고 천천히, 줄을 장식하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줘야지. 이제 이 방울의 주인은 방울로 치장하는 것 따위는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지만. ―퐁당 작은 물소리를 내며 방울이 추락했다. 순백의 빛이 진홍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모습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인 제가 지켜요. 예전에 스스로 내뱉었던 맹세를 기억해 냈다. 그 말에 그녀는 울었다. ―고맙구나, 화영아. 현이를 잘 부탁한다…. 그리고 그 한 마디가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다. 이 칠흑과 진홍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