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1700년대도 아니고, 1900년대의 열여덟에게 결혼은 너무나도 이른 것이었다. 이때보다 석 달 전이었나……. 남편과 결혼하겠다는 내 말에 집안이 왈칵 뒤집어졌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안 된다 울었고, 셋째 테일러 오라버니는 검을 빼어 들고 남편의 저택으로 내달렸다. 아버지는, 이마를 짚으셨다. 첫째 에번스 오라버니는 충격으로 굳어 있었고, 둘째 더빈 오라버니는 나에게 남편에 대한 악담과 좋지 못한 소문들을 늘어놨다. 남편의 저택으로 가 버린 테일러 오라버니를 제외한 네 사람이 날 붙잡고 결혼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아직도 침대에서 미적거리냐며 나를 타박하는 유모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일이면 아가씨가 결혼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하며 유모는 엉엉 울었다. 내 주변엔 왜 이리 아이처럼 우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나는 유모의 어깨를 토닥였다. 결국 유모는 더 큰 소리로 “아가씨이ㅡ” 하며 울어 버렸고, 유모의 울음소리에 놀라 들어온 시녀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유모를 데리고 나갔다. 복도에서 울리는 유모의 목소리가 꼭 둘째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아이를 낳으면, 28년 동안 한 번도 주지 못했던 어미의 정을 주리라 결심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5년 후, 세토라력 2013년에 죽었다. 어릴 적부터 달고 살았던 지병이 원인이었다. 죽은 날이 언젠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53세로 죽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