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주 당연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 군이랑 재혼했거든. 되게 어려 보이지? 이래 봬도 스물다섯 살이야. 우리 엄마가 마군보다 열다섯 살 더 많았어. 그러니까 옛날에, 마 군이 일거리가 없어서 밥도 못 먹고 사는 걸, 우리 엄마가 불쌍하다고 돌봐 준 거야.”
“아, 알겠다. 그런 남자를 제비라고 부르는 거야.”
가쓰야가 순진하게 아는 척했다.
“후키코, 자세한 설명, 고마워.”
마 군은 새빨개진 얼굴로 씁쓸하게 웃었다.
신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있다가 마 군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근데요, 옛날에는 사람이 아니고 제비였어요?”
--- p.24
“정말이지……, 저한테는 후키코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멋대로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후키코가 친아빠한테 가는 게 행복하단 걸 뻔히 알면서도…….”
마 군은 가슴이 아릴 정도로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후키코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후키코 자신만 알 뿐이에요.”
다이치 엄마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후키코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중략)
마 군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어렸다. 그러더니 그 눈동자 속에 조금씩 씩씩한 기운이 돌아왔다. 다이치 엄마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아마 후키코는, 큰 집에 살게 해 주고, 자신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어 줘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걸요. 그건 내가 장담해요. 예쁜 옷 입혀 주고, 학원 보내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고……, 그런 것들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엄청 많다는 걸, 후키코는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중략)”
--- p.89~90
마 군은 깊은 숨을 후유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키코 할아버지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나도 그리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변변한 직장도 없는 애송이하고, 탄탄한 직장에다 재혼한 부인까지 양육을 승낙했다는 친아빠 중에서, 어느 쪽이 아이를 위해 좋을까? 그걸 생각하는 데는 오 초도 안 걸려.”
마 군은 괴로운 듯이 눈썹을 모으고 생각에 잠겼다. 후키코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중략)
“남들 눈에는 한없이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마 군은 얼굴을 들고 아버지와 다이치 엄마 아빠를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의심도 걱정도 한 방에 날려 버릴 것 같은 미소였다.
“저 열심히 살겠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이 솟았어요. 제가 힘을 낼 겁니다. 저와 후키코 둘이서 힘을 낼 겁니다. 후키코가 저하고 살기 싫다고 하기 전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그냥 돌아가 주세요.”
--- p.155~156
“후키코 아빠한테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그것은 남이 정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일반적인 잣대를 가지고서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나는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에요. 당신이라면 후키코도 음악도 똑같이 소중히 여기며 살 수 있지 싶어요. 그럴 만한 재능도 정신력도 갖춰져 있잖아요. 겉으로는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값싼 격려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줘요.”
다이치 아빠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마 군의 등을 탁 쳤다.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