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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후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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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후의 미국

: 그들이 그럼에도 강한 이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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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52*225*30mm
ISBN13 9788966373635
ISBN10 896637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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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선규
KBS 앵커 출신으로 걸프전과 소말리아 내전 등 5군데의 전쟁터를 누빈 종군 기자였고 각종 사고와 재난 때마다 가장 열정적으로 현장을 지키며 기록한 현장 기자였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에드워드 로이스(현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으로 탈북자 이슈를 미 의회에 연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공직도 지냈다. 특히 차관 시절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실무 최고 책임자로 2전 3기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으로 ‘독선적 주장과 비아냥거림’이 판치는 정치토론 무대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논리 대결을 펼치는 진지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기록’을 근거로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에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정치토론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수위 시절 박근혜 당선인의 대변인까지 마친 그는 지금은 장애인들과 소외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법인 ‘더불어 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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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9일(현지시간)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상원의 정보위원회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CIA가 자행한 잔인한 고문사실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
왜 그들은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고문사실을 공개했을까? 그것도 외부의 폭로나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조사를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의 얘기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는 “CIA의 고문 프로그램은 미국의 가치와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보고서 공개는 미국의 가치를 회복하고 전 세계에 미국이 정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조치이다”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개했다는 말, 감동적이지 않은가? 국내외에서 닥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 오바마 대통령의 말도 의미심장했다. “어느 국가도 완벽하지 않
다. 그러나 미국을 특별히 강하게 만드는 힘 가운데 하나는 과거를 솔직하게 직시하고 결함을 인정한 뒤 더 좋게 변화시켜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이다.”
--- p.27

6.25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녘 땅에 있는 미군 유해를 찾는 미국 사람들의 정성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냥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실종 미군으로 확인되면 건 당 수천 달러의 비용도 지불한다. 그리고 그렇게 확인된 유해는 바로 가족에게 전달되고 성대한 의식을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미국은 그렇게 해서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6·25 당시 실종된 8,177명의 유해를 모두 찾겠다는 자세다.
이런 사실을 보고 우리는 그저 대단한 미국인들이라는 말만 한다.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따라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한 통계를 보면 휴전 이후 2002년 10월까지 확인된 납북자만 487명에 달한다. 물론 전쟁 당시의 납북자 8만 5천여 명은 제외된 숫자다. (…) 그들 가운데 일부가 북한 주민의 자격으로 이산가족 찾기라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세계적인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우리는 그저 그 현실을 당연히 여길 뿐이었다.
--- p.35

특이한 것은 미국 어느 지역을 가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중심부에는 그 지역 출신으로 전쟁터에서 숨진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의 MIT 공대 중앙 현관에도 1차대전 때부터 참전해 숨진 학생들의 명단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그 한쪽편에서 한국전 참전 희생자 8명의 명단을 발견하고 그 학교에 괜한 친근감을 갖게 됐다. 하버드대 캠퍼스 안에 있는 교회에도 한국전 참전 동문 18명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고 관광지로 유명한 워싱턴 근교의 루레이 동굴에는 이 지역 출신 한국전 참전자 23명의 명단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그들 가운데 5명은 사망자로 따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와 가족들, 주민들에게 이들은 영웅이자 자부심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정말 이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역사를 위해 애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말로만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항상 기리는 것이다.
--- p.43

1995년 미국 의회가 장장 9개월에 걸쳐 클린턴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의 의혹을 파헤치는 화이트워터 스캔들을 보며 또 이어 터진 르윈스키 스캔들과 이에 따른 탄핵 절차를 보며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법의 엄정함’이었다. 누구에게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고집스런 원칙주의였다. 솔직히 그를 둘러싼 수많은 스캔들의 진실이야 제 3국인인 우리에게 한낱 얘깃거리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의 부정을 파헤치는 법의 준엄함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특별검사까지 임명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까지 벌인 진실 확인 노력은 어떤 면에서 ‘미국이 왜 미국인가?’를 분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소하고 작은 규정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나라, 그렇다고 지위를 내세워 불평하거나 큰소리치지 않는 나라, 그것은 미국이 강한 나라라고 불리는 한 가지 조건일 것이다.
- 현실을 따르는 법, 원칙을 따르는 법--- p.97


나는 교육과 훈련을 구별한다.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이다. 훈련은 그렇게 배운 것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내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높다고 하는 것은 교육을 통해 ‘아는 것’에 국한한 얘기다. 아쉽게도 훈련을 통한 ‘실천’까지 말한다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전체 국민의 ‘아는 것’의 수준은 많이 떨어지는 나라다.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도무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실천’을 얘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말 배운 대로 행동하려는 순진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런 훈련을 통해 이뤄진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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