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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딘미르의 가시꽃 2
중고도서

아딘미르의 가시꽃 2

유지공 저 / NOCA 그림 | 메르헨미디어 | 2015년 0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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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374g | 128*188*17mm
ISBN13 9791186170069
ISBN10 118617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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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크로시안의 눈동자에 비치는 건 분명 질투였다.
찰나에 그것을 깨달은 나는 하, 짧은 숨을 토해냈다.
저 눈동자, 나를 향해 증오를 불태우고 있는 은빛 눈동자. 누구보다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큰 소리로 웃지 않기 위해 떨리는 입술을 힘껏 깨물어야 했다.
이 사람, 이 사람이구나……. 네가 절대로 갖지 못하는 사람.
내가 카인 공자를 탐내지 못했던 것처럼 네게도 이 사람을 탐할 자격이 없으니까, 네가 무슨 짓을 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니까, 너도 날 그렇게 바라보는 거잖아. 내 말이 맞지? 멜리사 크로시안, 넌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싫은 거야. 그렇지?
나는 참을 수 없는 기쁨에 떨리는 시선을 들어 레이놀드 공자를 올려다보았다.
‘당신, 당신이었어. 멜리사 크로시안에게 나와 똑같은 절망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귀중한 매개체…….’
의아하긴 했다. 카인 공자라면 몰라도 친 오라비인 그에게 왜 저렇게 집착으로 뒤덮인 눈빛을 보내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 본인이 아닌 이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리라. 중요한 건, 저 유리알처럼 맑은 눈동자에 비친 음습한 감정의 파편이었다.
그녀는 내가 레이놀드 공자와 함께 있는 것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내 모든 걸 걸고 맹세해도 좋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 아카데미로 돌아온 첫날 그녀가 모두의 앞에서 보였던 행동들도 이해가 되었다.
그 날, 레이놀드 공자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었기 때문에 질투심에 휩싸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앞의 현실로부터 도망쳐 버린 것이다. 마치 오래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힘껏 말아 쥔 주먹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살갗이 타들어 가는 뜨거운 햇살 아래, 사막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 긴 시간 찾아 헤매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희열에 온몸이 전율했다.
‘찾았다, 멜리사 크로시안의…….’
텁! 혼자만의 상념에 잠겨 멍하니 레이놀드 공자를 올려다보던 나는 어느새 주먹 하나가 간신히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다가와 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급히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서 한 걸음 물러서려 했으나, 언제 또 긴 팔로 내 허리를 감싼 것인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정신이 번쩍 들어 따져 묻자, 그가 자신의 입을 막은 내 손을 슬쩍 떼어내며 빙글빙글 웃었다.
“어? 그런 의미 아니었어? 난 키스해달라는 눈빛인 줄 알았지.”
틈만 나면 키스가 어쩌니 연인이 어쩌니 하면서 자꾸 대화를 그쪽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타인과의 스킨십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그의 이런 친밀한 행동들이 당황스럽고, 짜증도 나고, 미치도록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기만 했다.
하지만 이것도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초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오해하니까 아카데미 안에서 이러지 말라고 했죠?”
“음……. 그럼 아카데미 밖에서는 해도 되는 거야?”
낑낑 힘겹게 레이놀드 공자의 어깨를 밀어내면서 단호히 말했으나, 여전히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꾸 나만 그에게 말려드는 느낌이라 결국엔 항상 내가 두 손 두 발을 들고 물러난다. 오늘도 아예 내가 말을 말자는 생각으로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러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의 뒤쪽을 흘깃 바라보니, 이미 멜리사 크로시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왜 그래? 뒤에 뭐 있어?”
그의 어깨너머를 빤히 응시하는 내 시선에 레이놀드 공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물음에 잠시 웃음이 터질 뻔도 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는 멜리사 그녀의 흔적으로부터 미련을 버리고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아뇨.”
그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상냥하게 대답했다.
“귀여운 생쥐 한 마리가 지나갔을 뿐이에요.”
시야를 방해하던 안개가 걷히고, 목표물이 드러난다.
그녀가 느꼈을 질투와 시기, 분노가 손에 잡힐 듯 선명히 느껴져 나를 기쁘게 했다.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오를까, 얼마나 분통하고 서글플까. 자신은 죽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의 곁에 그토록 증오하는 여자가 서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얼마나 끔찍할까.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그녀가 아주 가엾고 불쌍하게 보일 정도였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크로시안 영애. 앞으로 내가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오늘 그대로 인해 명확해졌네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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