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팝 음악을 듣고 있는지 생각해 봐! 많은 사람들은 팝 음악을 그 어떤 다른 음악보다 훨씬 더 맘에 들어 하지. 팝 음악은 단순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보낼 거리를 주잖아. 종종 멋진 멜로디와 우리를 움직이는 리듬과 더불어서 말이야.”
내 어린 친구들은 약간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우리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혹은 “선생님이 팝 음악을 거부하지 않잖아?”라고 말하는 듯이 말입니다. 예, 나는 팝 음악에 좋은 것이라고는 없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그 반대입니다. 나는 팝 음악도 훌륭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팝 음악은 분명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감동시키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 대에 속하는 그 뭔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20년 뒤에 어떻게 변할지 지금은 아무도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나와 헤어지게 될 이 아이들은 그것을 볼 겁니다. 예, 그들은 그 과정을 함께 결정해 나갈 겁니다. 음악에는 그야말로 온갖 것이 다 있어요. 민속음악, 취주악, 팝 음악, 댄스음악, 재즈, 뮤지컬 등. 소리가 나는 모든 것은 음악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애호가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음악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며 그들 안의 아름다운 감정을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pp. 263~264
이제 첫 화음이 울리고 맑은 목소리가 노래 부르기 시작했어요. “내 마음속에는 지옥의 복수가 끓고 있어……” 그 목소리는 금세 날카로워지고 위협적으로 변해 갔습니다. 여왕은 자신의 딸에게 위협합니다. 자라스트로를 죽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버리겠다고 말입니다. 이 ‘아리아’는 어렵기로 유명한데, 가수가 일정한 양의 소리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노래 불러야하기 때문이죠. 음악에서는 이런 창법을 ‘콜로라투라’라고 부르는데, 말하자면 여왕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 목소리의 가장 높은 음역에 속하는 소프라노죠. 그 목소리는 빠른 템포, 즉 빠르게 이어지는 소리들을 소화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고 부릅니다. 그런 목소리가 모든 오페라에 다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목소리는 대체로 ‘악하다’고 할 수 있는 역할 또는 적어도 ‘냉정하고’ ‘무정한’ 역할에 속한다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종류의 배역으로서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질다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냉정하거나 무정하지도 않으며 악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전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오페라에서 모든 ‘악한’ 여자들은 가장 높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견해는 전혀 맞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마술피리》에서는 그 견해에 뭔가 타당한 점이 있어요. 거기에는 두 명의 중요한 여자 배역이 있는데 그것은 밤의 여왕과 그녀의 딸인 파미나입니다. 파파게나의 역할은 매혹적이고 관객의 맘에 들긴 하지만 주역은 아니에요. 여왕은 ‘악한’ 역할에 속하지만 파미나는 선을 대표합니다.
“지금 우리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들어보았어. 이제 파미나의 아리아를 들려주마. 너희도 기억날 거야.”
그러자 파미나가 타미노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가 부르는 슬픈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아, 나는 느끼네, 사랑의 행복이 영원히 사라진 것을……” 그 목소리는 부드럽게 이어졌고 슬픔과 고통에 가득 찼습니다. 파미나도 소프라노로, 높은 목소리이지만 그녀의 어머니 밤의 여왕의 목소리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감정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파미나가 여왕보다 훨씬 천천히 노래 부르기 때문에 더 착하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요?”
안야가 물었어요.
“그것도 상관이 있겠지. 빠른 음악은 대체로 느린 음악보다 더 흥겹고 유쾌하지.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야. 따라서 느린 음악은 언제나 슬프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란다. 느린 음악이 진지하고 사색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슬퍼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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