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수사학과 문체론
제1절 조선, 한국, 중국조선어학계에서의 수사학과 문체론에 대한 인식
언어학범주에 속하는 우리말 수사이론은 주체적 발전과 함께 중국고대의 전통적 한어 수사이론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였다.
그러나 1945년 8ㆍ15광복이전에는 조선어수사이론이 학문적으로 연구되지 못하였다. 20세기 초, 중엽부터 조선, 한국에서는 동서방(우선 일본을 통하여)의 공업이 발달한 나라의 영향 하에 외국문체론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생존하는 중국조선어는 1945년 8ㆍ15광복 후 중국의 전통적수사학의 영향을 계속 받았는가 하면 20세기중엽에 형성된 현대한어수사학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또한 유럽, 일본 그리고 조선, 한국으로부터 문체론의 영향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조선어수사학의 원유를 놓고 보면 고대에 두고 있으며 오랜 역사적인 발전과정을 거쳐 왔다. 다 알다시피 문체론은 서양에서 발생하였다. 1945년 8ㆍ15광복 후 점차 서양과 일본, 구소련의 문체론을 접촉하면서 조선어문체론에 관한 연구가 점차 활성화되었다.
이 과정에 조선, 한국, 중국조선어학계에서는 나라의 실정에 따라 수사학과 문체론에 대한 인식과정이 있게 되었다.

1. 조선
조선에서 과학으로서의 문체론연구는 언어학의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시작되었다. 따라서 20세기 50년대까지 문체론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60년대에 이르러 서양문체론과 일본, 구소련의 문체론의 영향 하에 문체론이론수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1961년～1965년 사이에 조선어학계에서는 잡지 조선어학을 통하여 문체, 수사, 문풍에 대한 자유로운 지상토론을 진행하였다.
토론에서 정렬모는 고전에 나타난 수사학적수법의 유형에 대하여란 논문에서 수사학을 긍정하면서 문체가 이미 이루어진 문장의 체계에 대한 분류와 그 효과에 대한 평가라 하면 수사학은 일정한 사상표현의 효과적인 방법의 선택에 대한 지향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수사학에는 소극적수사법과 적극적수사법이 있는데 소극적수사법은 언어의 규칙과 습관 또는 기능의 제약성에 좌우되며 적극적수사법은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방법이 선택되는 것이며 청자로 하여금 인상 깊게 느끼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조선어학 1962. 3)
그러나 토론에서 많은 학자들은 문체론의 연구대상은 기능문체의 체계와 그 속에 작용하는 문체론적 특성의 연구라고 인정하면서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을 여러 모로 제기하였다.
이근영은 논문 문체론의 연구대상으로서의 문체에서 문체론과 수사학의 구별점 그리고 수사학의 제약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기하였다.

(1) 수사학은 주로 서사어를 연구대상으로 하지만 문체론은 서사어뿐 아니라 구두어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2) 수사학은 표현적 효능을 위한 개인적 기교를 중심으로 연구하지만 문체론은 역사적으로 정착된 문체적 체계와 원칙을 연구한다.
(3) 수사학에서는 다만 표현성을 높이기 위한 기교로서 전체 언어체계와 연관 없이 고립적으로 연구되지만 문체론에서는 기능문체를 유기적 연관 속에서 전면적으로 고찰한다.
(4) 수사학 특히 동양수사학은 “소극적수사”도 연구대상으로 하나 문체론에서는 이런 대상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조선어학 1961. 1 25～26폐지)

조선에서는 동방수사학 특히 중국의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을 강조한 결과 문체론이 수사학을 대체하였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에서 출판한 언어학사전 (2)(1986)에서는 ≪수사학≫이란 올림말에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고 있다.
“사상을 설득력 있게 나타내기 위한 언어기교와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 수사학에서는 표현성을 높이는데 이바지하는 언어수단들과 수법들을 고찰하게 된다. 수사학은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본래 웅변과 시학에서 언어기교와 문장수식을 잘 꾸미는 것을 목적과 사명으로 하여 발생, 발전하여왔다. 수사학은 지난날 지배계급들과 그에 복무하는 문필가들에 의하여 내용과는 전혀 동떨어진 언어기교를 위한 기교에 치우침으로써 글을 근로인민대중이 이해하기 힘들게 하였다. 수사학은 그 어떤 언어기교를 위한 기교가 아니라 내용을 진실하고 참신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법의 연구에 이바지할 때에만 자기의 참다운 사명을 다하게 된다. 수사학은 표현수법의 체계를 연구한다는 점에서는 문체론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유법, 되풀이법, 수사학적 물음법, 과장법, 은유법 등은 수사학에서도 취급하고 문체론에서도 다루게 된다. 그러나 수사학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체론과 구별된다. 우선 수사학은 글체 그것도 주로 시어를 기본연구대상으로 하여왔다면 문체론은 글체뿐 아니라 말체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잡는다. 수사학은 또한 작가들의 개성적인 글체를 많이 문제로 삼았다면 문체론에서는 오랜 생활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역사적으로 이루어진 민족어의 체계로서의 문체를 자기의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다음으로 문체론은 교제의 분야와 목적, 교제의 장면과 정황에 따라 갈라진 기능문체들을 유기적 연관 속에서 전면적으로 고찰하지만 수사학은 문학작품의 언어를 고립적으로 고찰하는데 그치였다. 수사학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제약성으로 하여 그것은 현실적 의의를 잃어버리고 문체론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늘 많은 나라들에서 수사학을 언어학의 한 분과로도 간주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에서는 수사학이 문체론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인정하고 문체론을 “문체의 본질적 특성과 갈래, 언어의 표현성과 문체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분과로 이해한데서(조선어학사전 2 84폐지) 지금 이런 방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 한국
한국에서도 조선과 마찬가지로 수사학에 대한 연구가 다른 언어분야보다 뒤늦게 진행되어 1945년 8ㆍ15 광복 전에는 체계적인 수사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 후 점차 서양과 일본의 문체론을 접촉하면서 동방수사학 특히 중국의 전통적수사학의 제약성을 인식하고 20세기 50년대 전후부터 문체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1960년대에 한국 최초의 체계적인 문체론 저서인 이인모의 이론과 실천, 문체론이 출판되었다. 이 저서에서 이인모는 문체론을 주로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개인문체를 밝히는 것으로 인정하였다.
그 후 한국에서의 문체론연구는 여러 방면으로 진행되었으나 이인모의 문체론에 대한 정의가 큰 영향을 끼쳤다.

3. 중국조선어학계
중국조선어에서는 사정에 의해 수사학과 문체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다가 20세기 70년대부터 그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는데 수사학과 문체론 두 방면으로 진행되었다.
문체론자는 서양과 일본의 문체론, 직접적으로는 조선과 한국의 문체론의 영향 하에 조선과 같이 동방수사학 특히는 중국의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을 인정하면서 문체론을 지난날의 수사학을 대체한 학과로 간주하였다.
“원래 문체론이 자립적인 언어과학으로서 새롭게 탄생하기 전에 사람들은 표현의 문제를 보통 수사학에다 연계시켰으며 또한 수사학을 형상―미학적 표현의 결정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인류의 언어교제활동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수사학은 그 본신이 가지고 있는 국한성으로 말미암아 교제활동의 광범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수사학은 점차 빛깔을 잃게 되었으며 언어전반에 걸치는 모든 표현적 기능과 효과를 자기의 연구대상으로 하는 현대문체론에 자리를 내놓게 되었다”(이용식 문체론의 학문적 위치에 대한 고찰 1987)
여기서 이용식은 문체론을 수사학을 대체한 과학으로 보고 있다.
이와 반면에 조한이중언어사회에서 생존하는 수사학연구자들은 전통적수사학의 제한성을 인정하면서 새롭게 발전한 현대한어수사학의 영향 하에 전통적인 조선어수사이론을 계승하여 현대조선어수사학이란 언어학의 한 분과를 긍정하면서 수사학이란 “언어수단을 이용하여 사상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언어의 표현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법칙을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분과”로 정의하고 있다. (김기종 조선어수사학 1983 3폐지)
또한 중국조선어학계에서는 언어문체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우리말 언어문체론의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제2절 수사학과 문체론의 정의
중국조선어학계에서의 조선어수사학자들은 현대조선어수사학을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수사활동이란 사람들이 언어를 이용하여 사상내용을 표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 사회심리활동을 이른다. 이런 수사활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고 복잡한데 천변만화하고 천차만별한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그중에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반적인 법칙이 있다. 이와 같이 수사활동중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법칙을 총화하고 밝혀내는 것이 수사학의 과업이다. 즉 수사학이란 “언어수단을 이용하여 사상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언어의 표현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법칙을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분과이다.” (김기종 현대조선어수사학 2005 1～2폐지)
서양에서 이르는 문체론이란 지난날 수사학이라 불리우는 과학의 한 분과로부터 발생, 발전하였다. 즉 다시 말하면 서양의 문체론(stylistics)은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탄생한 전통적 수사학에 그 래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봉건사회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흥기에 따라 18세기전후에 서방의 전통적 수사학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와서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1857～1913)는 언어와 언어행위를 구분하였는데 이것은 이후시기 문체론건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소쉬르의 제자 바이이(1865～1947)는 소쉬르의 현대언어학이론에 근거하여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을 극복하여 프랑스어의 문체론개설(1902)이란 저작을 썼는데 이리하여 서양의 문체론이 확립되었다.
서양의 문체론을 접촉함에 있어서 영어 ≪stylistics≫의 번역이 자못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번역문제가 아니라 연구방향과도 관계되기 때문이다. 한어에서는 “수사학”이나 “문체론”으로 번역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풍격학”이라 번역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과 조선에서는 “문체론”이라 함이 보편적이다.
조선어 문체론자들은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을 지적하면서 문체론이 수사학을 대체하였다고 인정한다. 문체론자들이 이르는 전통적 수사학의 제한성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수사학은 글체 그것도 주로 시어를 연구대상으로 하였지만 문체론은 글말체뿐 아니라 입말체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둘째, 수사학은 개성적인 글체를 많은 문제로 삼았지만 문체론에서는 민족어의 체계로서의 문체를 자기의 연구대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