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주희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감동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
“저……, 난 잘 모르겠어요. 왜 날 사랑한다는 거예요? 나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사랑해요.”
“전에 경고했잖아요. 나한테 병이 있어서,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고.”
이번에는 주희의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창한이 또 말했다.
“사랑해요.”
“이봐요. 내 말 안 들려요?”
하지만 창한은 앵무새처럼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사랑해요.”
“시끄러워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모르겠어요? 내가 얼마나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한 번만 더 얘기할 수 있게 해줘요. 그런다고 당신이 손해 보는 건 없잖아요.”
주희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창한은 그녀의 귀에 대고, 이번에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주인도 손님도 잃은 바(bar) '카페 땅'을 홀로 지키는 여자 송주희. <br/>철학과 시간강사인 그녀가 외설시비에 휘말린 유령작가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br/>주희의 특별한 점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준다는 것. 그녀 앞에서면 어떤 얘기라도 마음 편히 털어놓게 된다. <br/>이상한 것은 그녀의 남성혐오증. 남자가 손만 잡아도 몸서리치며 두드러기가 돋고 만다. <br/><br/>자신만의 섬에 갇혀 있는 주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남자 강창한. <br/>하루 종일 카페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수상한 한량이다. 카페 최고의 단골이지만 커피를 못 마신다. 대신 핫초코를 리필까지 해가며 마셔대는 이상한 구석이 있다. <br/><br/>남성혐오증을 가진 여자는 과연 남자를 사랑하게 될까? <br/>그 사랑을 가능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곳, <br/>상처를 치유해주는 '카페 땅'의 따스한 이야기. <br/><br/><br/>* Story<br/><br/>주인도 손님도 잃은 바(bar) 카페 땅. <br/>죽은 부모를 대신해 홀로 그 카페를 지키게 된 여자 송주희.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작가이자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외설 시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소설 "그 여자의 깊은 곳"의 작가가 주희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br/>주희의 특별한 점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준다는 것. 그녀 앞에서면 어떤 얘기라도 마음 편히 털어놓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그녀의 남성혐오증. 증세가 너무 심해 남자와 손만 부딪쳐도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고 만다.<br/>그런 그녀를 계속해서 긁는 유일한 남자 강창한. 카페 땅의 1호 손님이자 주희에게 남모를 감정을 품은 사람이다.<br/><br/>주희가 알지 못한 또 하나의 비밀은, 카페 땅의 단골들이 모두 모여 작당을 했다는 것.<br/>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지닌 주희를 위한 사랑의 큐피트가 되기로 한 '카페 땅 닷컴'의 회원들(단골 손님들)은 강창한과 주희를 연결해 주려고 모의 중이다. <br/><br/>어느 날, 8년 전 주희를 비참하게 버렸던 옛 연인이 카페 땅에 나타난다. <br/>점점 드러나는 주희의 어두운 과거. <br/>남성혐오증 노처녀는 과연 일생 두 번째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br/>